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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종 인간
저자 : 팻시프먼 ㅣ 출판사 : 푸른숲 ㅣ 역자 : 조은영

2017.12.08 ㅣ 387p ㅣ ISBN-13 : 979115675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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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규격 외(225mm X 152mm, 신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자연 > 과학일반 > 자연교양물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은 유전자가 만든 기계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며 인간 행위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는 인류가 진화하고 번성한 긴 이야기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도킨스와 하라리는 인간이 생각보다 위대한 존재가 아니며, 긴 지구의 역사에서 보았을 때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동물이라는 관점을 제시해 인간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하며 다른 생물종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자만했던 우리는 이제 인간 역시 지구에 사는 여러 생물종 가운데 ‘생존’을 위해 투쟁한 종 중 하나라는 점은 점점 믿을 만한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 고인류학, 생물학, 유전학, 기후학 등 최신 과학이 입증한 증거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한층 더 근원적으로 접근한 책이 있다. 바로 푸른숲에서 출간된 《침입종 인간》이다. 수만 년, 수십 만 년이라는 긴 시간 단위 안에서 인류 진화를 연구하는 고인류학자인 팻 시프먼은 훨씬 짧은 시간 단위 안에서 살아 있는 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 개념을 도입해 인간의 속성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침입종.
시프먼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이래로 거침없이 진출해나가며 닥치는 대로 자연을 개척하고 적응한 끝에 지구 곳곳을 점령한 인간이야말로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침입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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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추천의 말
감수의 말 침입종 사피엔스의 미래를 생각하다

1부 침입
1장.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인간이 발을 들인 곳
성공한 침입종 또는 잔인한 포식자

2장. 들어갈 테니 준비해
침입종이란 무엇인가
침입종으로 인정받으려면
오스트레일리아에 입성한 최초의 인류
여섯 번째 대멸종의 주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그들은 얼마나 가까웠을까
현생인류 유전자에 끼어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3장. 시간이 관건이다
도구 제작자들
누가 무엇을 만들었나
유물의 나이를 계산하는 법
빠르게 진행된 네안데르탈인 멸종

4장. 침입에 성공한 자는 누구인가
성공한 침입종의 조건
인간은 타고난 침입종인가
기후변화와 이동
무기는 알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등장과 퇴장

2부 경쟁
5장. 생존과 멸종을 말하는 두 가설
기후변화 가설: 살던 대로 살기에는 척박한
경쟁 가설: 나누어 쓰기에는 모자란

6장. 저녁 반찬이 뭐지
먹이를 찾아다니는 운명
포식자 길드와 호미닌
무엇을 먹고 살았나
네안데르탈인과 보수적인 입맛
매머드 학살

7장. 침입이 가져온 결과
흔들리는 생태계
늑대의 귀환: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먹이 건드리지마
네안데르탈인의 스트레스

8장. 가고 가고 가버렸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경쟁 구도: 현생인류의 증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경쟁 구도: 네안데르탈인의 감소

3부 선택과 집중
9장. 저녁 식사에 누가 또 올까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그들만의 경쟁: 포식자 길드 내부 경쟁
동굴곰, 동굴사자, 동굴하이에나… 대형 포식자들의 멸종
자기보다 더 큰 먹잇감을 노리다
매복 사냥꾼과 추격 사냥꾼
포식자 길드가 무너지다

10장. 경쟁 압력에서 꿋꿋하게 버티기
동굴곰의 멸종과 갈색곰의 생존
가진 건 다 줘
옐로스톤 늑대와 침입종 인간

11장. 믹 재거 원리: 원하는 것을 얻는 법
적응, 이동, 변화
매머드 메가 사이트
멸종의 도미노

4부 동맹
12장. 개가 된 늑대
개와 늑대를 구분하는 방법
늑대-개의 정체
최초로 개를 길들인 자
늑대-개와 인간의 인연
개 없이 사냥했다면
개도 인간이 필요했다

13장. 왜 하필 개였을까
가축의 조건
길들이는 일
가축으로서의 늑대, 그리고 늑대-개
친구인가 도구인가

14장. 늑대는 언제 개가 되었을까
늑대의 탈바꿈
시선을 통한 의사소통의 진화
인간과 개는 어떻게 친밀감을 형성하는가
동맹, 그리고 최후의 압박

15장. 무엇이 왜 일어났는가
멸종하거나 살아남거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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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1장.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는 실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서식지에 뿌리를 내렸다. 이는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는 대단한 기록이다. -27쪽

먹이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모든 비포식성 생물 집단을 직간접적으로 잡아먹는다. 우리는 당연히 최상위 포식자로서, 새로 진입하는 모든 생태계에서 우리와 경쟁할지도 모르는 다른 최상위 포식자를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온 힘을 기울여왔다. -31쪽

이 책은 인류 역사 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시점을 다룬다. 최후의 비인간 호미닌인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시기 말이다. 나는 이 책에서 네안데르탈인은 그들이 머물렀던 지리적 영역에 현생인류가 등장하는 바람에 멸종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인간은 적응력이 대단히 뛰어난 침입종이며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져간 시기에 완벽하게 침입종의 역할을 했다. -33쪽

1856년 네안데르탈인이 종으로 처음 인정된 이후로 많은 고인류학자는 우리의 사촌이나 다름없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를 두고 혼란스러워했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불을 지필 줄 알았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네안데르탈인도 무리 사회에서 서로 협동하며 살았고, 무리 사냥으로 대형 포유류를 제압했으며, 적어도 어느 수준까지는 기호와 예술을 사용했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33쪽

2장. 들어갈 테니 준비해
침입종은 고유종도 자생종도 아닌 원래 그 지역에 ‘속하지’ 않는 종이다. 따라서 침입종은 해당 지역의 토박이도 아니고, 그곳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지도 않았으며, 그곳에서만 서식한다고도 볼 수 없는 철저한 외래종으로 종종 지역 생태계를 파괴한다. -35~36쪽

막스플랑크 연구소 팀은 현생인류의 게놈에서 추출한 1,004개의 개놈을 조사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포함하는 부분이 현생인류 게놈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고 게놈의 특정 DNA 구역에 물려 있음을 밝혀냈다. 그 구역에는 피부나 손톱, 머리카락과 연관된 단백질인 케라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풍부했다. -62쪽

네안데르탈인에서 비롯된 모든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장 놀라운 조사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20퍼센트나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에 지금까지 밝혀진 수준 이상으로 교배가 일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교배 이후 어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너무 해로운 나머지 자연선택의 힘에 의해 바로 제거되었고, 보다 덜 해로운 놈들은 용케 계속 남아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64쪽

3장. 시간이 관건이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둘 다 몸집이 크고 머리를 쓸 줄 알았으며, 큰 먹잇감도 거뜬히 잡는 능숙한 사냥꾼이자 도구 제작자였다. 여럿이 함께 모여 살았고 불을 쓸 줄 알았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두 종 모두 언어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67~68쪽

연대 측정팀이 네안데르탈인의 유해 2구 중에서 더 높은 지점, 즉 지표면에 더 가까운 지층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해를 가지고 오염 물질을 제거한 후 다시 연대를 측정한 결과, 보정 전 방사성 탄소 측정 연대가 BP 3만 9,700+_1,00년, 그리고 부정 후에는 4만 2,960~4만 4,600년 전으로 밝혀져 이 유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임이 드러났다. -83쪽

무스테리안 말기에 관한 자료를 현생인류가 유럽에 도착한 가장 이른 시기와 비교해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겹치는 기간인 최대 2,600~5,400년 정도다. 현생인류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확산하는 데 걸린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현생인류가 각 지역에 도착한 이후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셈이다. -85쪽

4장. 침입에 성공한 자는 누구인가
인간은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강력한 침입종이다. 침입종 인간의 주요한 특징은 지리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히치하이커’, 즉 다른 종들을 끌고 다니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90쪽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현생인류의 생존을 이해하려면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원인을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바로 시간에 따른 과거 지구의 기후변화다. 기후 환경 역시 종의 존망을 좌우하는 커다란 원인이었음이 분명하다. -93쪽

인간의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은 레반트라고 부르는 중동 지역을 포함한 유라시아에 거주했으며 아프리카에는 살지 않았다. 레반트에서 발굴된 선사 유적지에는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약 13만 년 전부터 기후가 변하는 패턴에 따라 번갈아가며 해당 지역을 차지한 흔적이 있다. -93~94쪽

시어는 현생인류가 활과 화살, 아틀라틀(투창기) 등 복잡한 발사 무기를 사용한 덕분에 실질적 우위를 점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 그러나 발사 무기는 네안데르탈인의 유해나 유적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103쪽

5장. 생존과 멸종을 말하는 두 가설
이전에도 극심한 기후변화가 수없이 찾아왔지만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에 이르게 하지는 못했다. 어째서 이들을 마지막으로 덮친 추위가 수십만 년 동안 성공적으로 삶을 영위해왔던 한 종을 단 번에 쓸어버렸을까? -116쪽

유럽에 침입한 현생인류는 자신들이 진화해온 아프리카의 생태계와 전혀 다른 생태계에 맞닥뜨렸음에도 침입에 성공했다. 기후가 변하고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생인류는 더욱 빨리 적응하고 융통성 있게 행동했을 것이다. -119~120쪽

생태계에서 먹이경쟁은 “먹지 마, 그거 내 과자잖아” 같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이 아니라, 한 종의 생명현상 전체에 연결된 엄청난 사건이다. -122쪽


6장. 저녁 반찬이 뭐지
현생인류는 식육목이 아닌 영장목에 속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자르고 으스러뜨리는 강한 이빨이나 힘센 사지, 예민한 감각 능력처럼 일반적인 육식동물에게 보이는 형태상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영락없는 포식성 동물이다. -128쪽

스티너와 쿤은 유라시아 생태계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생존 성공률이 크게 차이난 이유는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불안정한 식량 공급을 보완할 수단이 확실히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예비 식량이 현생인류보다 훨씬 제한적이었음을 암시한다. -140쪽

현생인류는 어떤 네안데르탈인 유적지에서도 목격된 적 없는 엄청난 수의 매머드를 죽이고 그 사체를 다양한 용도로 썼다. 다음은 그라베티안 시대였는데, 몇 마리에서 수백 마리나 되는 죽은 매머드가 쌓인 수많은 매머드 무덤이 발굴되었다. 그 무렵 네안데르탈인은 인구가 엄청나게 줄었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144~145쪽

7장. 침입이 가져온 결과
포식자의 ‘침입’과 그것이 야기한 연쇄효과를 제대로 연구한 사례를 살펴보자. 이왕이면 우리에게 익숙한 생태계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바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151쪽

새로 유입된 백인 정착민들은 생태계의 침입성 포식자 노릇을 하며 곧바로 최후의 경쟁자인 늑대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152쪽

1995~1996년 캐나다에서 들여온 두 무리의 회색늑대 31마리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방사되었다. 옐로스톤 생태계의 자연 균형을 복원하여 유럽인이 정착하기 이전의 생태계로 되돌리기 위함이었다. -154쪽

기후변화 시기에 유입된 포식자는 평상시에 침입자가 가하는 충격의 몇 배에 달하는 영향을 준다. 따라서 옐로스톤에서 관찰된 것처럼 생태계의 1차소비자(초식동물) 사이에 연쇄효과가 극적으로 퍼질 것이다. 실제로 플라이스토세의 유라시아에 현생인류가 도착한 이후로 포식자 길드에서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동굴사자, 동굴하이에나, 동굴곰, 유럽시미타고양이, 표범, 승냥이 등이 지역적으로 절멸했거나 완전히 멸종했다. -172쪽

8장. 가고 가고 가버렸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동시에 사냥감으로 점찍은 먹이종은 많다. 이런 사실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는 주장에 재밌는 문제를 제기한다. 기후가 달라지면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냥하기에 적합한 서식지가 축소되고 먹잇감이 귀해졌다면, 왜 현생인류의 서식지와 먹이 개체군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174쪽

멜러스와 프렌치는 두 호미닌이 각각 만든 유적지 수와 규모, 석기 도구의 밀도, 유적지에 남겨진 동물 뼈 개수와 식별된 종, 먹잇감의 뼈에서 추정한 고기 무게를 비교했다. …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현생인류가 도착한 이후 유적지 수가 증가하여 조사 지역에서 총 호미닌 개체군이 약 2.3배나 증가했다. -177쪽

달렌의 연구에 따르면 5만 년 전 이후 서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부분적으로 멸종되거나 개체군 병목현상을 겪은 뒤 살아남은 소수의 무리가 유럽 일부 지역에서 다시 개체군을 형성해 현생인류가 도착한 약 4만 5,000년 전까지 남아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184쪽

9장. 저녁 식사에 누가 또 올까
네안데르탈인의 다부진 근육질 몸매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음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추운 기후에서 젖을 먹여야 하는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처한 조건이 가장 열악했다. -194쪽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단순히 다른 호미닌의 존재나 기후변화가 아니었다. 그들이 마주한 심각한 문제는 바로 플라이스토세 시대에 유라시아에 존재한 대형 육식동물 길드였다. -199쪽

현생인류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원거리 투척 무기를 소유함으로써 대형 포식자들 위에 군림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거리 무기가 없는 네안데르탈인이 동굴하이에나나 동굴사자를 이겨보겠다고 덤비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손에 들고 싸우는 무기를 주로 사용했던 네안데르탈인은 무리를 짓는다 하더라도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쉽게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214~215쪽

10장. 경쟁 압력에서 꿋꿋하게 버티기
완전한 초식성인 동굴곰은 현생인류와 먹이경쟁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자원을 두고 경쟁했다. 1차적으로는 식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동굴을 두고 말이다. 갈색곰은 동굴곰이 멸종한 뒤에도 목숨을 부지하여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229쪽

이렇게 맞춤 제작된 털옷은 현생인류가 추운 서식지에서 생존하고 대사필요량을 줄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털가죽으로 만든 따뜻한 옷은 매머드를 사냥하는 인간의 역량에도 엄청난 차이를 불러왔을 것이다. -231쪽

침입성 최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중 하나는 가장 가까운 경쟁 토착종을 직접 해치우는 것이다. 옐로스톤 늑대가 코요테를 죽인 것처럼 말이다. 논리적으로 현생인류에게 가장 가까운 포식자는 네안데르탈인이었다. 그러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죽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235~236쪽

11장. 믹 재거 원리: 원하는 것을 얻는 법
세상은 늘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생존에 필요한 것 정도는 얻을 수 있다. 갈색곰은 이 말을 따랐고, 동굴곰과 네안데르탈인은 그러지 않았다. -240쪽

약 4만~3만 5,000년 전에 새로운 형태의 유적지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행동이나 기술 측면에서 누군가에게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렸음을 증명한다. 변화는 대형 초식동물, 특히 매머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일어났다. 이 새로운 유적지들은 현생인류가 만든 것이었다. - 241~242쪽

이와 같은 포식성 길드의 붕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외는 바로 늑대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다. -252쪽

12장. 개가 된 늑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현생인류의 생존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 개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 인간에게 길들었는지 관심을 가진 거몽프레는 두개골 형태와 개와 늑대를 구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257쪽

나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최초의 현생인류가 훨씬 오래전에, 즉 그들이 유라시아에 도착한 이후 1만 년도 채 안 되었을 때부터 개를 길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인간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262쪽

그런데 연구가 진행되고 원시 개 또는 늑대-개의 표본이 늘어나면서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되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특별한 갯과 동물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들이 과연 개인가 아니면 늑대인가? 현재 나는 이들을 ‘늑대-개’라고 부른다. -263쪽

가축화 과정은 언제나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양쪽 파트너 모두에게 이로운 협약이어야 한다. 늑대-개와의 협업으로 야생 늑대는 현생인류에게 이전보다 훨씬 두렵고 가공할 만한 경쟁자가 되었다. -288쪽

13장. 왜 하필 개였을까
나는 동물을 가축화한 가장 원천적인 이유는 ‘살아 있는 도구’를 창조함으로써 인간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동물의 유용한 능력을 빌리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늑대가 개로 전이해가는 과정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296~297쪽

인간과 늑대, 그리고 대부분의 갯과 동물은 매우 비슷하다. 가족 또는 무리의 개념을 확장해 늑대-개 또는 인간을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외래종이라 하더라도 애초에 사람과 함께 자라면서 사람의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그리 상상 못할 일도 아니다. 결국 늑대와 개, 그리고 인간은 모두 무리 지어 살 때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303쪽

약 1만 4,00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여러 유적지에서 전 세계 여러 문화권 사람들이 개를 의도적으로 묻어주고 심지어 장례 과정에서 무덤에 부장품을 넣어주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이처럼 인간이 죽음을 애도하며 의식을 치르는 동물은 개 외에는 없었다. -310쪽

14장. 늑대는 언제 개가 되었을까
‘개’다움을 진단하는 간단한 방법은 아직 없다. ‘개답다’는 것은 단순히 태도나 행동의 변화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변화가 유전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요약하면, 사회화 과정이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에 인간에게 노출된 개는 인간에게 강한 관심을 나타내지만 늑대는 그러지 않는다. -320쪽

연구팀에 따르면 다른 영장류는 피부색과 비슷한 어두운 색의 공막과 눈을 가리는 눈꺼풀 때문에 시선이 가려지는 편인데 인간은 흰색 공막과 열린 눈꺼풀 때문에 멀리서도 그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321쪽

가축화된 개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늑대의 유전적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을뿐더러, 인간을 응시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늑대보다 두 배나 더 길다. 이는 인간이 가축화할 때 인간을 바라보는 시간이 긴 개체를 선택적으로 교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325쪽

15장. 무엇이 왜 일어났는가
네안데르탈인이 수십만 년 넘게 식단과 도구 문화를 보수적으로 유지한 것을 보면 이들이 혁신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데에도 느렸던 것 같다. 다른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개와 현생인류의 유례 없는 동맹은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포식성 종들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 마지막 전략이었다. -339~340쪽

그럼에도 우리 역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겪어야 하는 혹독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우리의 자원을 지나치게 써버린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살았던 많은 생명체와 똑같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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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침입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우리 자신과 진화의 역사를 똑바로 볼 수 있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늑대-개가 얽힌 도발적인 주장 - 〈네이처〉

인류 진화의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풀어낸 책 - 〈옵저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고인류학, 생물학, 유전학이 새롭게 밝힌 인간 본성의 비밀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사람을 비롯한 생명은 유전자가 만든 기계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며 인간 행위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는 인류가 진화하고 번성한 긴 이야기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도킨스와 하라리는 인간이 생각보다 위대한 존재가 아니며, 긴 지구의 역사에서 보았을 때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동물이라는 관점을 제시해 인간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하며 다른 생물종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자만했던 우리는 이제 인간 역시 지구에 사는 여러 생물종 가운데 ‘생존’을 위해 투쟁한 종 중 하나라는 점은 점점 믿을 만한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 고인류학, 생물학, 유전학, 기후학 등 최신 과학이 입증한 증거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한층 더 근원적으로 접근한 책이 있다. 바로 푸른숲에서 출간된 《침입종 인간》이다. 수만 년, 수십 만 년이라는 긴 시간 단위 안에서 인류 진화를 연구하는 고인류학자인 팻 시프먼은 훨씬 짧은 시간 단위 안에서 살아 있는 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 개념을 도입해 인간의 속성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침입종.
시프먼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이래로 거침없이 진출해나가며 닥치는 대로 자연을 개척하고 적응한 끝에 지구 곳곳을 점령한 인간이야말로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침입종이라고 말한다.

“내가 정의하는 침입종의 개념은 한 종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 이상을 의미한다. 침입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한 가지 기준은 보통 침입이 불러오는 영향력에 있다.”(39쪽)

인간은 궁극적인 침입종인가?
시프먼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은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강력한 침입종이다. 그는 지난 수세기 동안 일어난 많은 생물들의 서식지 소실과 서식 환경 파괴의 이면에 있는 수많은 원인을 단 한 종, 호모 사피엔스에게 돌려도 무방하다고 말한다.(48쪽) 인간은 또한 강력한 종 확산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은 의도적이든 우연히든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다른 생명체를 끌고 다녔다. 역병을 옮겼던 쥐나 벼룩, 체내 기생충, 그리고 가축이 그 예다.(89쪽) 긴 인류 역사에서 보았을 때 인간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을 침입하고 점령했다.
시프먼은 인간이 침입종으로 활약한 첫 무대로 약 4만 년 전 유라시아를 주목한다. 현생인류가 유라시아로 진출한 뒤, 이전까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잘 살던 그 지역 최상위 포식자들인 네안데르탈인과 동굴사자, 동굴하이에나, 동굴곰이 멸종했다. 시프먼은 인간을 침입종이라 정의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간단명료하게 전한다.

“우리가 침입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진화의 역사에서 과거와 현재에 우리가 차지하는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49쪽)

화석학의 세계적 대가가 최신 과학으로 풀어낸 인류 진화의 미스터리
인류학은 인간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때문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더라도 실험을 통해 그 증거가 가진 의미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프먼은 인류학을 ‘역사를 다루는 과학’으로 다시 정의 내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시프먼은 지금까지 인간이 남긴 흔적을 역사적으로 기술해온 방법론을 뛰어넘어 획기적으로 발전한 분석 기법과 진보한 유전학을 인류학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이를 통해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현생인류는 살아남았는지’, ‘인간은 어떻게 가장 번성한 침입종이 되었는지’,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 현생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인류학의 오랜 질문에 대해 시프먼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방사성동위원소, 탄소연대측정법과 같은 정교한 분석 기법으로 화답한다. 즉 뼈와 유물 등 인간이 남긴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과학적 기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기법에 기댄 인류학의 선봉자로서 시프먼의 관점과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시프먼은 이 책에 고인류학, 생태학, 기후학, 동물행동학, 유전학, 화석학을 종횡무진하며 최신 과학의 흐름을 단숨에 정리하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았다.
시프먼은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 대가이자 우수한 과학책을 여럿 발표한 저명한 작가다. 그는 죽은 동물 뼈가 변형되는 과정과 이유를 여러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해 화석생성학 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화석을 연구해온 시프먼은 남편이자 루이스 리키 다음 세대를 이끈 저명한 인류학자 고(故) 앨런 워커와 함께 쓴 책으로 영국 왕립학회가 수여하는 과학도서상인 르네-플랑크 상을 받았다.

침입종으로 시작해 전 세계를 지배한 사피엔스의 전략
밀어내고, 버티고, 착취하고, 필요한 만큼 변한다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현생인류는 살아남았는가’는 인류학의 오랜 미스터리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호미닌 중에 현생인류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를 두고 그들이 언어를 사용하고 사회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침입종 인간》은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을 말하는 대표적인 가설로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 가설을 소개한다.(113쪽) 시프먼은 이 두 가설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기후변화와 새로운 능력을 갖춘 현생인류의 출현이 시너지 효과를 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주장한다.(338쪽) 여기서 시프먼이 말하는 현생인류의 능력이란 현생인류가 보유했던 문화적 완충재와 융통성과 더불어 가축화라고 부르는,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와의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한 능력이다.

살던 대로 살다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67쪽) 둘 다 불을 쓸 줄 알았고, 무리 생활을 했으며, 자기 몸무게의 80배에 달하는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을 잡아먹었다. 도구 사용에 능숙했던 이 두 호미닌은 4만 년 전 유라시아의 최상위 포식자 가운데 유일하게 매머드와 털코뿔소의 뼈를 쪼개 영양분과 지방이 많은 골수를 빼먹을 수 있었다.(215쪽) 같은 먹잇감을 잡아먹었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그리고 당시 최상위 포식자였던 동굴곰, 동굴사자, 동굴하이에나, 유럽시미타고양이가 주를 이룬 포식자 길드 내에서 치열한 먹이 경쟁이 벌어졌다. 극심한 기후변화가 찾아왔고 먹잇감은 점점 부족했다.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시프먼은 ‘가우제의 법칙’(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종은 공존할 수 없다는 생태학 법칙)을 인용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한 종이 경쟁자인 다른 종을 몰아내거나 멸종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121쪽)
시프먼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유해에서 얻은 몸무게 정보를 이용해 계산한 두 종의 에너지 필요량을 비교하며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네안데르탈인의 에너지 필요량이 현생인류의 에너지 필요량보다 7~9퍼센트가량 높았으며, 이는 현생인류가 더 혹독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췄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194쪽) 그는 현생인류가 남긴 뼈바늘을 근거로, 현생인류가 옷을 만들어 입었고 이는 추운 서식지에서 살면서 매머드 같은 덩치 큰 짐승 사냥을 위해 긴 시간 바깥에서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았다.(230쪽)
시프먼은 또한 현생인류는 원거리 투척 무기를 이용한 추격 사냥꾼인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손에 들고 사용하는 무기를 쓰는 매복 사냥꾼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214쪽) 당시 유라시아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스텝이나 툰드라 지대였다. 시프먼은 풀숲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손에 무기를 들고 코앞에서 공격해야 하는 네안데르탈인의 사냥 방식은 분명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았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생물학자 헤르베 보셰렌스와 도로케 드루커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식단과 관련해 종합한 동위원소 분석 결과,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먹잇감 선택의 폭이 더 넓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프먼은 이를 토대로 네안데르탈인은 늘 먹던 것을 먹으며 보수적인 입맛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132쪽)
살던 대로 살아온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고 융통성을 발휘했던 현생인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시프먼은 여기에 보다 확실하고도 획기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바로 인간과 늑대-개의 동맹이다.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와의 전례 없는 동맹
인류가 살아남은 것은 단순히 개 덕분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개를 언제, 어디서 처음 길들였는지는 과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연구 중 하나다. 벨기에 인류학자 미예제 거몽프레는 2009년에 현생 늑대, 현생 개, 그리고 선사시대 개의 두개골을 부위별로 측정해 각각을 구별하는 통계 기준을 설정하고 여러 유적지에서 발견된 미확인 갯과 동물의 화석을 연대 측정했다.(257쪽) 그 결과 최초의 구석기 시대로 판별된 개의 화석이 무려 3만 2,000년 전 것으로 나타났다. 시프먼은 이 연구가 개의 가축화가 인간이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약 9,000년 전에 이루어졌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는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라고 봤다.
연구팀이 더 많은 갯과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DNA 게놈을 분석한 결과 다른 현생 개 또는 늑대에게 나타난 적 없는 특이한 형질을 가진 집단이 나타났다. 시프먼은 개인지 늑대인지 불분명한, 늑대에서 개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으로 보이는 이 특이한 집단을 늑대-개라 이름 붙였다.(263쪽)
늑대-개는 인간의 사냥 조력자로서 인간이 생태계를 착취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시프먼은 이에 대한 근거로 실제 사람이 개를 동반했을 때 획득한 사냥감의 양은 사냥개 없이 사냥했을 때 보다 56퍼센트나 증가한다는 핀란드 과학자 베라 루실라와 마우리 페소넨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281쪽) 시프먼은 늑대-개가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짐승 사체를 지키고, 남자가 사냥 나가 있는 동안 여성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았다.
시프먼은 가축화는 언제나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양쪽 파트너 모두에게 이로운 협약이어야 한다고 말한다.(288쪽) 개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과의 동맹은 개를 다른 육식동물과의 경쟁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개들은 인간이 나눠주는 음식을 먹으며 인간의 주거지에서 안전하게 머물며 다른 동물의 공격과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인간이 개를 필요로 했듯이 개도 인간이 필요했다.

인간과 개는 어떻게 친밀감을 형성하는가
늑대가 개로 탈바꿈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시프먼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인간과의 소통 능력을 꼽았다. 그리고 돌연변이 형질인 인간의 흰색 공막, 즉 우리 눈의 흰자위가 개와 의사소통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321쪽)
인간은 영장류 중에서도 유일하게 흰색 공막과 열린 눈꺼풀을 가지고 있어 멀리서도 다른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일본 도쿄기술연구소에서는 갯과 동물의 얼굴을 분석해 눈동자와 홍채의 색 대비 정도와 얼굴 안에서 눈의 위치가 얼마나 잘 보이는지에 따라 종을 세 유형으로 나눴다. 그 결과 회색늑대, 코요테와 같이 무리지어 사냥하는 동물들은 대개 홍채와 동공의 대비가 뚜렷해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을 알아채기 쉬웠다.(321~323쪽)
시프먼에 따르면 가축화된 개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늑대의 유전적 능력을 이어받았고 심지어 현재 개는 인간을 응시하는 시간이 늑대보다 평균적으로 두 배나 더 길다. 이는 인간이 가축화할 때 인간을 바라보는 시간이 긴 개체를 선택적으로 교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325쪽)
우리는 반려견의 눈을 맞추고, 개 역시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의 눈을 바라본다. 흰색 공막이라는 돌연변이 형질은 개와 인간의 연결 고리가 되었고, 어쩌면 이 형질 덕분에 인간과 개는 수만 년 동안 가장 끈끈한 동맹 관계를 맺어왔는지도 모른다.

개와 손잡고 경쟁자를 물리친 인간
미래 인간은 AI와 손잡고 누구를 물리칠까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도 호모 에렉투스도 모두 도구를 만들어 썼다. 그러나 이 중 인간만이 살아 있는 도구를 창조해 썼다. 이를테면 뛰어난 시력과 청력, 후각, 빠른 이동속도와 같은 동물의 능력을 빌려 쓰거나 동물을 길들여 필요한 자원을 얻어 쓰는 식이다. 더 나아가 동물의 유전자를 인간의 입맛에 맞게 계획적으로 교배해 세상에 없던 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28쪽) 시프먼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진화 과정에 의존하는 대신 도구를 창작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인간의 습성으로 보았다.
시프먼은 인간이 동물을 가축화한 것은 최초로 도구를 발명한 것만큼 커다란 도약이며 이는 인간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고 말한다.
이제 인간은 살아 있는 도구를 창조하는 것을 넘어 생물이 아닌 다른 종,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손을 잡기에 이르렀다. 뛰어난 지능과 정교한 기술을 지닌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이슈가 떠오르면서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을 추월할지, 추월한다면 언제가 될 것인지가 화두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기회와 위협을 예측하기 위해 뇌과학, 생물학, 의학, 컴퓨터공학 등 과학계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질문은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정의하는 인간의 본성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현재 우리의 모습이 과연 인류 진화의 끝일까? 우리는 멸종되지 않을 수 있는가? 수십 만 년 간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 인간의 다음 표적은 누구일지, 그 표적이 우리 자신이 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됨을 이 책은 무겁게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체를 이해할 때가 되었다.
침입자.
언젠가 지구의 적과 마주쳤을 때, 그 적의 정체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우리는 승리의 축배를 들어도 될 것이다.”(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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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시프먼Pat Shipman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뉴욕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존스홉킨스대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고생물학과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 대가로 케냐, 탄자니아, 이디오피아,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 화석을 주로 연구했다. 시프먼은 죽은 동물 뼈가 변형되는 과정과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자로 화석학 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류 진화를 주제로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과 10권 이상의 책을 썼다. 책 《네안데르탈인The Neandertals》은 영국 왕립학회가 수여하는 과학도서상인 르네-플랑크상(Rhône-Poulenc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고 남편이자 루이스 리키 다음 세대를 이끈 저명한 인류학자 고故앨런 워커Alan Walker와 함께 쓴 《뼈의 지혜The Wisdom of Bones》로 르네-플랑크 상을 받았다. 《멀리 날아가다Taking Wing》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엘리트 그룹인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가 해마다 가장 중요한 책을 골라 수상하는 파이 베타 카파 과학상을 받았고, 〈LA타임스〉 북프라이즈 최종 후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주목할 책에 뽑혔다. 미국과학진흥회와 영국 왕립 지리학회 회원이다.

옮긴이 조은영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와 충남대학교 생물과학과 연구원으로 일했다. 거시생물학에서 미시생물학까지 두루 익힌 자칭 ‘척척석사’. 현재 과학책을 두루 번역하며 옮긴 책으로 《10퍼센트 인간》, 《세렝게티 법칙》, 《랜들 먼로의 친절한 과학 그림책》, 《차라리 아이에게 흙을 먹여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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