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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시간
저자 : 김유원 ㅣ 출판사 : 한겨레출판

2021.07.15 ㅣ 264p ㅣ ISBN-13 : 97911604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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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작지만 단단한’ 공
“한때는 MVP였지만 지금은 불펜의 시간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
_심사평 중에서

《불펜의 시간》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얽힌 세 사람이 무한경쟁 시스템 안에서 부서지며 겪는 성장의 시간을 담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206편의 유수한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불펜의 시간》은 문학상 심사 당시 “야구라는 주제를 각 인물의 이야기에 걸맞게 직조해내는 균형감”이 뛰어나고, “스포츠 서사에서 익숙한 자기 성장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관점으로 흡입력 있게 뻗어나가”며 기존의 소설과 다른 저력을 뽐내는 작품으로 단단한 지지를 받았다.

☞ 수상내역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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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부
준삼
혁오
기현
선수
사막
생존주의
일부러 던지는 공
불펜의 시간1
불펜의 시간2
불펜의 시간3

2부
여름휴가
0B0S
진루
왈왈
플레이볼
작아서 단단한 것

에필로그 | 외야에서

작가의 말
추천의 글


[본 문]

“이 주임은 누구처럼 살고 싶어?” 박 부장이 준삼에게 물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팔자 하나만 말하면 되는데 생각나는 단어가 돌멩이뿐이었다. 돌멩이나 돌멩이나 돌멩이나. _7쪽

타이푼의 권혁오는 이기는 경기에서 계투로 나와 1이닝, 많으면 2이닝을 아주 잘 던지는 선수였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었고 제구력도 좋았다. 승리를 굳히는 필승조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수가 1, 2점 차로 박빙인 경기나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9회에 등판하면 딴판이었다. 아마추어 선수보다 못한 제구력으로 볼넷을 남발했다. 멘탈이 약한 선수, 승리를 지킬 수는 있지만 승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투수, 장점과 한계가 명확한 투수의 대명사가 권혁오였다. _30쪽

기현의 이름으로 김승일 선수의 단독 인터뷰가 보도되었고,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다. 야구협회와 10개 구단은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승일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다섯 명의 투수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잠시 구설에 올랐으나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 기현은 두 번째 특종을 위해 매일 밤 김승일이 지목했던 다섯 선수의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권혁오를 주시했다. _69~71쪽

누가 준삼에게 예측할 수 없는 기쁨과 예정된 모욕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준삼은 예정된 모욕을 선택할 것이다. 눈물을 흘린다 해도 예측 가능한 편이 좋다. 휴가가 끝나면 갈 곳이 정해져 있는 삶이 좋다. 혁오가 볼넷을 주고도 만족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알고 싶다. 하지만 두렵다. 그 이유가 내 삶을 초라하게 만들까 봐 두렵다. _173쪽

인터뷰를 하기 전까진 권혁오 선수의 볼넷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했다. 녹취하면서 그게 다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권혁오 선수의 볼넷은 단순한 변칙이 아니라 야구와 스포츠를 향한 정면 도전이었다. 자기 삶을 던진 문제 제기였다.
“기자님, 이기는 게 중요할까요? 얼마나 중요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할까요? 그런 질문이 몇 년 동안 끈질기게 저를 따라다녔어요. 진호 리그는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었어요.” _189~190쪽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타자는 진루를 보장받지만, 상사에게 귀싸대기를 맞은 회사원은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한다. 항의했다가는 다음 타석까지 잃을 수 있다. 기현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은 야구다, 몸에 맞았으니 진루하자, 1루로 간 다음에 생각하자. _196쪽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놓쳐보기로 했다. 비열해질 기회까지 잡을 필요는 없다고, 놓쳐도 되는 기회도 있다고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_208쪽

혁오는 기자가 아니라 자기를 촬영 중인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아니요. 승부조작은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야구는 승부를 조작하는 야구가 아니라 승부를 잊으려고 한 야구였습니다.” _225쪽

“아아아아아아아아” 저마다의 이유로 한계에 다다른 수십 개의 목소리가 쌓여 커다란 함성이 되었다. 엉망진창인 세상을 향한 으름장인 동시에 오랫동안 삭인 슬픔의 탈주였다. 기현은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폐허를 귀로 목격한 기분이었다. 이대로 계속 갔다간 잿더미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았다. 무너지지 않은 것, 부서지지 않은 것이 절실했다. 작아도 단단한 것, 어쩌면 작아서 단단한 것. 기현은 그제야 어젯밤 새롬이 했던 말의 의미를 완전히 깨달았다.
집에 도착한 기현은 방으로 들어가 서랍 안에 있던 야구공을 두 손으로 힘껏 움켜쥐었다. _235~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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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
승자와 패자, 승률과 방어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기지 않기’를 택한 세 사람의 이야기
*
야구라는 스포츠 서사의 외연을 넓힐 문제적 소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서수진의 《코리안 티처》 등 1996년 제정되어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여섯 번째 수상작 《불펜의 시간》을 출간한다. 심사를 맡은 전성태 소설가로부터 “선명한 인물들, 선 굵은 서사”가 시원하다는 평을 받은 수상자 김유원은 〈개청춘〉(공동연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의자가 되는 법〉 등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불펜의 시간》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얽힌 세 사람이 무한경쟁 시스템 안에서 부서지며 겪는 성장의 시간을 담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206편의 유수한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불펜의 시간》은 문학상 심사 당시 “야구라는 주제를 각 인물의 이야기에 걸맞게 직조해내는 균형감”이 뛰어나고, “스포츠 서사에서 익숙한 자기 성장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관점으로 흡입력 있게 뻗어나가”며 기존의 소설과 다른 저력을 뽐내는 작품으로 단단한 지지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정용준 소설가는 이 소설이 “한때는 MVP였지만 지금은 불펜의 시간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면서도 “역전 만루 홈런” 같은 전형적인 서사를 탈피함으로써 “극적인 엔딩을 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오혜진 문학평론가는 추천의 말에서 “승부, 성과, 특종이라는 명목으로 무한경쟁과 소수의 독식을 정당화하는 사회, (…) ‘이게 나라냐’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이 ‘폐허’에서 개인은 뭘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일깨운다는 점에서 《불펜의 시간》을 문제작으로 꼽았다.
한 편의 영상을 보듯 촘촘히 짜인 서사, 생동하는 인물들, 섬세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기는 게 중요할까? 얼마나 중요할까? 무엇보다 중요할까?”
우리는 모두 불펜의 시간을 살고 있다!

불펜(bull pen)이란 야구 경기장 내 투수가 연습하는 공간인 동시에, 투우 경기 전 소들이 대기하는 곳이라는 어원을 따라 노동자들의 공간으로 은유되기도 한다. 프로야구 선수, 증권회사 직원, 스포츠신문 기자. 얼핏 접점이 없어 보이는 소설 속 이야기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이유 또한,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이 몸담은 조직 세계의 부조리에 부딪히고 깨지며 불펜에 들어서게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나. 혁오의 이야기
혁오는 고졸 최고 연봉을 받으며 프로에 입단한 장래 유망한 야구선수다. 다양한 제구, 완벽한 투구폼, 배려심 넘치는 인성을 갖춘 선수. 하지만, 입단 후 뜻하지 않은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선발을 잡지 못한 채 중간 계투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스포츠신문 기자가 완벽한 투구폼에도 불구하고 볼넷을 남발하는 혁오를 향해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해온다.

타이푼의 권혁오는 이기는 경기에서 계투로 나와 1이닝, 많으면 2이닝을 아주 잘 던지는 선수였다. 하지만 점수가 1, 2점 차로 박빙인 경기나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9회에 등판하면 딴판이었다. 아마추어 선수보다 못한 제구력으로 볼넷을 남발했다. 멘탈이 약한 선수, 승리를 지킬 수는 있지만, 승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투수, 장점과 한계가 명확한 투수의 대명사가 권혁오였다. _본문 중에서

둘. 준삼의 이야기
준삼은 혁오의 중등야구부 동창이다. 혁오의 아름다운 투구를 동경하던 준삼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야구를 그만두고 증권회사에 취직한다. 사내 몇 안 되는 공채 사원이었던 준삼은 계약직 여직원에게 가해지는 회사의 부조리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사측 노조의 편의를 누리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에 조금씩 안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복수노조 간의 갈등으로 불거진 회사 구조조정 문제에 휘말려, 준삼은 퇴직자 선정에 사용될 동료 평가서 제작 업무를 도맡게 된다.

예외적으로 살 자신이 없고, 독보적으로 살 자신도 없었기에 준삼은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자신을 맞췄다. 선생님, 교수님, 사장님 중 누구의 지시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렇게 살면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될 것이다. 뻔한 삶이었다. 준삼은 뻔함이 주는 안정감을 가능한 한 오래 누리고 싶었다. 문제는 악취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구린내를 맡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썩은 내가 날 줄은 몰랐다. 월급이 주는 안정을 누리려면 월급과 세트로 묶인 악취와 모욕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준삼은 그 모든 걸 잘 견뎌볼 작정이었다. _본문 중에서

셋. 기현의 이야기
기현은 초등학교 야구선수였지만, 여자 야구부는 없다는 이유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스포츠신문 기자가 된다. 신입 때부터 특종을 터뜨리며 ‘스포츠신문 최초 여자 편집장’이 되겠다는 야심을 키워가던 기현은 두 번째 특종을 잡기 위해 야구계 승부조작을 파헤치게 된다. 브로커를 통해 프로선수들의 승부조작 녹음 파일을 입수한 기현은 이상하리만치 볼넷이 많은 혁오의 비밀에 다가가게 되지만, 결국 자신이 속한 신문사 내부 비리에 발목을 잡힌다.

회사에선 일찌감치 대박을 터뜨린 신입 기자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신입이 맡지 않을 법한 일들이 기현에게 주어졌다. 시기도 많았다. 도대체 뭘 바라는 애인지 모르겠다는 게 기현을 향한 선배들의 평이었고, 뭐라도 된 것처럼 나대는 꼴이 재수 없다는 게 동기들의 평이었다. 기현은 그들의 상사가 될 미래를 그리며 두 번째 특종을 위해 매일 밤 김승일이 지목했던 다섯 선수의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권혁오를 주시했다. _본문 중에서

넷. 진호의 이야기
진호는 혁오와 어릴 적부터 함께 야구를 해온 뛰어난 타자였다. 혁오를 ‘라이벌’로 생각하던 진호에게 혁오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엄마 친구의 아들, 운동선수 출신인 엄마가 감탄에 마지않는 야구선수, 태어날 때부터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타격이 더는 혁오를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은 진호는 꼬일 대로 꼬여버린 마음을 혁오의 험담으로 풀어내며 주체할 수 없는 열등감에 빠진다. 결국, 프로 데뷔를 위한 고교 전국체전 결승전에서 진호는 혁오에게 완봉승을 당하고, 다음 날 불의의 죽음을 맞는다.

혁오에게 당한 삼진은 발가락을 동원해도 다 꼽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승부였다. 엄마가 혁오를 칭찬할수록, 엄마를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압박이 강해질수록 혁오를 향한 진호의 마음은 꼬였고, 꼬인 마음은 혁오의 뒷담화로 이어졌다. 진호는 혁오의 험담을 하면 할수록 고립되는 기분을 느꼈지만, 험담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진호의 기록이 나빠지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았다. 하지만 진호의 시야가 혁오에게로만 좁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본문 중에서

소설 속에서의 불펜은 보통의 스포츠 서사가 그렇듯 성공을 위한 도약의 장치, 절정을 위한 연기(延期)의 시간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작가는 삶에서 확실한 선발이 되기를, 승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넘어온 것을 온전히 다음으로 이어준다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보장된 성공을 거부하고 자발적 실패를 획득함으로써 시스템에 균열을 만드는” 혁오, 준삼, 기현의 모습은, 우리가 꼭 인생의 선발로만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님을 알려준다.

“경기는 끝나지만 삶은 끝나지 않는다”
자기만의 리그를 만들며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불펜의 시간》은 경쟁에서 실패하고도 자기만의 삶을 쟁취해나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소설이 그려낸 경쟁 바깥의 세계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으며 구조조정 위기에 처하게 되는 준삼, 온갖 루머에 시달리면서도 특종만을 좇던 기현은 성과가 중시되고 성적이 매겨지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확실히 패하고 만다. 그들의 실패는 어김없이 등수가 찍혀 나오는 우리의 현실, 스트라이크존처럼 성공과 실패가 ‘엄격히’ 구분되는 일상과 공명하며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운드를 향하든, 마운드에서 내려오든,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다시 벤치로 돌아가든, 삶은 엔딩 없이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와 같다”라는 정용준 소설가의 말처럼, 볼넷을 던지고도 만족하는 혁오, 불안 장애를 앓고도 내면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되찾는 준삼, 회사 밖에서 특종이 아닌 진짜 진실을 좇는 기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실패를 관리하며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나만의 리그’로 형상화되는 그들의 ‘의연한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속에도 자리 잡아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숱한 후회와 자책과 실패들, 성적을 비관한 자살, 과로로 인한 죽음, 불안으로 인한 번아웃, 재난으로 인한 위기감 등 일상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현실 속에, 《불펜의 시간》이 제공하는 공간 한편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가. 그 안에서 승부를 잊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값진가. 그 어느 때보다 무너지지 않는 힘이 절실한 오늘날, 소설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독자의 삶에 《불펜의 시간》이 더욱 돈독한 위로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추천사

김건형(문학평론가)

《불펜의 시간》은 용서할 수 없는 나를 용서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용서하지 말자고 말한다. 더 이상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서로에게 전해지고 모인다. 광장을 채우고 출렁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마음을 펴주기도 한다. 그러면 때때로 조금쯤은 무엇인가 바뀌기도 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지라도, 매일 혼자 던지는 작고 단단한 공 하나의 크기만큼 세계는 아름다워진다.

서영인(문학평론가)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실패담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상처 입히고 모욕하고 비난한 시스템을 버리고 그 바깥에서 얻는 의연한 아름다움이 어쩐지 슬프기 때문이다. 《불펜의 시간》은 선의를 지키고 진실을 얻기 위해 각각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고독과, 그들을 밀어내고도 여전히 건재한 세상의 구조를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시스템의 안과 밖을 향해 동시에 열린 이 시야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 ‘불펜’이 필요한 것 아닌가.

소영현(문학평론가)

《불펜의 시간》은 세계와 대결하는 청년들을 두고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게 하는 세계의 끝에 우리가 도달해 있음을 말한다. 이것이 이 소설이 문제작인 진짜 이유다.


오혜진(문학평론가)

“이게 나라냐”라는 비명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 “폐허”에서 개인은 뭘 할 수 있을까.


윤성희(소설가)

소설은 세상엔 선발투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주제를 향해 묵직한 직구를 던진다. 그 직구의 문장들을 읽고 나면 볼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혁오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야구란 후회를 관리하는 게임이라는 오래된 명언을 떠올리자 혁오가 자신만의 리그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같은 경기를 해도 다른 리듬 안에 있는 혁오는 얼마나 외로운 선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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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


1982년 경상북도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여성영상집단 ‘반이다’로 미디어 활동을 했다. 2009년 〈개청춘〉(공동연출), 2011년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2014년 〈의자가 되는 법〉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의자처럼 살고 싶었으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소설을 쓰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는 힘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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