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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를 주세요(큐큐퀴어단편선4)
저자 : 황정은,안윤,박서련,김멜라,서수진,김초엽 ㅣ 출판사 : 큐큐

2021.09.01 ㅣ 252p ㅣ ISBN-13 : 979119643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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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당신 곁에
사랑한다는 말 대신 놓아두고 싶은 여섯 개의 이야기

1년에 한 권 국내 작가들과 함께 엮어내는 ‘큐큐퀴어단편선’의 네 번째 책 《팔꿈치를 주세요》가 출간됐다. 황정은, 안윤, 박서련, 김멜라, 서수진, 김초엽 작가가 참여했다.
《팔꿈치를 주세요》에 수록된 자신과 자신의 곁을 돌보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젠더, 인종, 나이, 계급 등의 문제를 끌어안은 채 오늘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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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올빼미와 개구리 ? 황정은 7
모린 ? 안윤 39
젤로의 변성기 ? 박서련 83
논리 ? 김멜라 123
외출금지 ? 서수진 161
양면의 조개껍데기 ? 김초엽 197


[본 문]

“사랑을 믿지.”- 황정은 《올빼미와 개구리》
바람에 가만가만 흔들리는 풍령(風鈴)처럼 무사하고 평안한 삶을 응원하게 되는 ‘천지영’과 ‘김지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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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생각하느냐고 김지금이 물었다. 천지영은 고개를 들고 김지금을 보았다. 내내 입어 구겨진 환자복이 김지금의 어깨에 헐렁하게 걸려 있었다. 예전보다, 아주 예전보다 목이 가늘어 보였다. 여러 사람과 여러 번의 세탁을 거친 환자복은 색이 바랬고 김지금의 팔에 연결된 링거 줄엔 주삿바늘에서 역류한 핏방울이 몇 점 번져 있었으며 김지금의 손목엔 어떻게 떼어낼지 천지영으로선 엄두도 나지 않도록 겹겹으로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천지영은 입을 다문 채 연인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느냐고?
기도를 생각해.
강영은을 생각해.
부끄러움을 생각하고.
사랑을 믿는다고, 내가 어떻게 단숨에 말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우리 내 슬픔이 아닌 슬픔을 너무 슬퍼하지는 마요”- 안윤 《모린》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미란’과 복지관에서 일하는 후천적 시각장애인 ‘영은’의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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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 씨는 무언가를 나중에 잃는 것보다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게 되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고요.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난 나중에 잃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그건 두 세계를 살아보는 거잖아요. 어쩌면 세 세계인지도 모르죠.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네가 사랑하는 젤로는 너를 사랑해서 어른이 되어버렸어.”- 박서련 《젤로의 변성기》
한평생 소년의 목소리로 살아온 성우계의 전설적인 존재 오선재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예쁜 얼굴 탓에 질투를 한몸에 받곤 하는 신입 성우 이희강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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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강은 조금 떨면서 말했다.
“꼭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
그 말은 엄마 같다는 말보다 훨씬 슬펐다.
나처럼은 안 돼, 라는 말이, 울음이 터질 듯 부풀어 좁아진 목 안을 자꾸 더듬어 나오려 했다. 왜요, 라고 묻겠지. 나처럼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 나처럼은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겠지. 저주라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그 애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 꼭 나처럼 되렴 하고 별 마음 없는 덕담을 건넬 수도 없었다. 그거야말로 저주일 거라는 사실을 내가 아니까. 거의 평생을 소년의 목소리로 살고, 그걸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까지 쳐야 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끝내 희강의 손을 다시 잡지는 못한 채로 지하철역에 다다랐다. 그쯤에는 손을 잡으려는 마음이 내 욕심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해져 있었다.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엘사가 레즈비언이래. 신기하지?”- 김멜라 《논리》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엄마 ‘나’와 엘사가 되고 싶은 딸 ‘엘리’의 이야기.
-
“서퍼들은 파도에 이름을 붙여. 파도가 오는 방향, 속도에 따라 이름이 달라.”
컬러 프린팅된 광택지를 한 장씩 넘기는 소리. 여러 등분으로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는 소리.
“리폼, 이건 부서졌다 다시 물보라가 생기는 파도야. 클로즈아웃, 이건 갑자기 부서지는 파도. 더블업, 이건 두 개였던 파도가 하나로 이어지는 거.”
잠시 침묵.
“근데, 난 그게 그거 같아.”
과카몰레의 말에 엘리가 웃는다. 웃음소리가 안 들려도, 엘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다. 엘리 네가 웃었다는 걸. 비치볼에서 바람이 새어나가듯 널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며 널 웃게 했다는 걸.

“너 되게 선택적으로 레즈비언 한다.”- 서수진 《외출금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호주의 한 집에 갇힌 채로 계속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게 된 ‘은영’과 ‘희율’의 이야기.
-
은영은 엄마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소파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든 엄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반쯤 비운 소주병과 잔이 놓여 있었고, 텔레비전이 틀어져 있었다. 은영이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은영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자 엄마는 가만히 은영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엄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자.”울음을 그치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은영은 맑은 희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는 나를 사랑해서 괴롭지 않았어?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수치스럽지도, 두렵지도 않았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의심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어? 네 사랑이 너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지 않았어? 네 사랑이 네 가족을 울게 하지 않았어?
네 사랑은 아프지 않지. 네 사랑은 밝고 빛나지. 너는 환하게 웃고 떳떳하게 울지. 눈치 보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지, 네 사랑은.

“이 외로운 세계가, 그렇기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김초엽 《양면의 조개껍데기》
셀븐인(人) 샐리의 몸에서 두 개의 자아로 살아가는 ‘라임’과 ‘레몬’, 그리고 그 둘이 동시에 ‘류경아’를 사랑하며 벌어지는 우주 바다 이야기
-
레몬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샐리이면서도 때로는 샐리 바깥에서 나 자신을 지켜보곤 했다. 그 애는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 자기 자신을 관찰했다.
샐리의 몸에서 문득 이질감이 느껴졌다. 왜 이 몸은, 이런 근육과 뼈를 지녔을까. 가슴이 여기에 붙어 있는 것이, 몸이 이런 형태의 굴곡을 이루는 것이, 전부 어색했다.
그 애는 왜 바다 깊은 곳을 좋아했을까.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곳. 내가 어떤 존재인지 신경 쓰지 않는 곳. 아무도 나에게 너는 왜 그런 존재냐고 묻지 않는 곳. 그곳에 사는 생물들에게 나는 그냥 거대한, 혹은 조그마한 외계 생물체일 뿐인…… 그런 곳이어서.
그 사실이 편안해서.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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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황정은
“너무 얇고 조그맣지만, 소중해.
사랑해.”

안윤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따금 생각하곤 합니다.”

박서련
“갑자기 이런 고백을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건 완성하는 데에 10년이 걸린 소설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 감지할 때마다 제일 먼저 쟤가 되고 싶은 걸까 쟤와 하고 싶은 걸까를 따진다.”

김멜라
“나에게 논리란 말 타고 달리는 한 여자가 부르는 세상과 자신을 향한 노래다.”

서수진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 글을 읽는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초엽
“SF를 쓸 때 나는 늘 인물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과 너무 멀리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데, 이 소설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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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야만적인 앨리스씨》, 《백의 그림자》,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소설집 《파씨의 입문》,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등이 있다.

안윤
수필집 《물의 기록》이 있다. 장편소설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를 썼다.

박서련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등이 있다.

김멜라
소설집 《적어도 두 번》이 있다.

서수진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가 있다.

김초엽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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