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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장류진 소설집
저자 : 장류진 ㅣ 출판사 : 창비

2023.06.23 ㅣ 336p ㅣ ISBN-13 : 9788936439170

정가16,800
판매가15,120(10% 할인)
적립금 840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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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B6(188mm X 127mm, 사륙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모두가 기다려온 장류진의 새로운 지평!

오늘의 한국문학을 비추는 바로 그 이름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를 잇는 빛나는 소설집


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화제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일본·대만 등 4개국에서 인기를 얻은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장류진의 두번째 소설집 『연수』가 출간되었다. 페이지마다 손뼉을 치게 만드는 사실감과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우뚝 선 장류진은, 이번에도 우리 삶의 환한 면면을 드러내며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시대상을 정밀하게 반영하면서도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서 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도 장류진의 서사가 지니는 힘이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연수」를 포함한 여섯편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짝 달라붙는 대사가 어우러져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감을 선사하는바, 기존 문학 독자뿐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영상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막강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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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연수
펀펀 페스티벌
공모
라이딩 크루
동계올림픽
미라와 라라
작가의 말

[본 문]

운전면허학원의 바랜 개나리색 차, 그 구질구질한 시트에 앉기만 하면 나는 처음 겪는 세계에 홀로 내던져진 아이처럼 초조해졌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상식적인 생활 감각이 강제로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액셀을 너무 밟거나 덜 밟았고, 비상등과 깜빡이 켜는 타이밍을 매번 놓치고, 후방주차를 하겠다고 핸들을 바쁘게 돌리면서 후진과 전진을 반복했지만 결국 똑같은 궤적만 몇번이고 왔다 갔다 했다. 기어를 R에 놓는 순간부터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서 그랬다. 나는 머릿속에서 차의 이미지를 반전시켰다가 다시 반전시키기를 반복하다 어느 게 원본인지 알수 없는 상태로 액셀을 또, 지나치게 세게 밟고, 주차선 뒤편 화단에 한쪽 뒷바퀴를 걸친 채로 강사한테 혼이 났다.
―「연수」 부분

이찬휘는 앉자마자 A4용지를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서 바닥에 내려놓더니 ‘조장’이라고 적힌 빈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선, 조장을 정해야겠는데요?”
그러고는 조원들을 좌로, 우로 한번씩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조장이 하고 싶은 분?”
아마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때 이미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반질반질한 얼굴 옆으로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인 채 스윽 올리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바로 그애가 조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펀펀 페스티벌」 부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는 그애의 집 근처 카페에서 그애를 기다렸다. 천의 얼굴에서 이차
를 마치면 내가 늘 택시로 내려주고 손을 흔들던 곳이었다. 너희 집 근처 그 카페야. 이제 퇴사도 했으니까 한번만 툭 터놓고 만나주지 않을래? 기다릴게. 그애가 나타났다. 주책맞게 눈물이 나왔다. 맹세컨대 나는 연애하면서도 이런 추태를 부려본 적이 없었다. 미안…… 내가 같이 잘하고 싶었던 친구들이 다 떠나니까…… 속상해서…… 그냥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혹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얘기해줄 수는 없을까…… 그애, 한별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차장님, 저 차장님은 정말 좋았어요. 반대 방향인데도 늘 택시 같이 타고 저 먼저 여기 내려주신 것도 고마웠어요. 차장님…… 저, 전문직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거기서는 미래가 안 보였어요…… 죄송해요.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니. 네 미래가 될 수 없었던 내가 죄송하지.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자신이 있었다.
―「공모」 부분

“저희 이제는 동네 벗어날 때 되지 않았나요? 다음 라이딩은 아이유고개 한번 가시죠.”
김민우와 서수민이 동시에 물었다.
“아이유고개를요? 벌써요?”
아이유고개란, 로드바이크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구리 암사대교 남단의 특정 구간을 일컫는 말이다. 이 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이 구간을 달리다 보면 가수 아이유의 전매특허인 ‘삼단 고음’처럼 점점 더 급격하고 어려운 업힐이 차례로 세번 이어진다고 해서 ‘아이유고개’라는 별칭이 붙었다. 첫번째와 두번째 업힐을 가까스로 성공한 뒤, ‘악명 높은 것에 비해선 꽤나 할 만한데? 내 실력도 나쁘지 않군’ 하는 생각이 들 때쯤, 극악의 마지막 세번째 업힐이 시작되기 때문에 초심자가 한번에 완주하기에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우리 크루의 경우, 예상컨대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삼단에서 나가떨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그래, 그것도 경험이지. 사이클을 시작했다면 다 겪어봐야지. 안이슬이 걱정되는 듯 물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막상 가보면 할 만하실 거예요. 정 안 되면 내려서 끌고 올라가시면 되죠. 다 경험인데요.”
최도헌이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호응했다.
“저도 좋습니다! 아이유고개, 말만 많이 들었는데 드디어 가보네요.”
글쎄다. 네가 과연 오를 수 있을까?
―「라이딩 크루」 부분

그 말, 그 말은 정말로 부드러운 말이었지만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꽁꽁 봉인해두었던 말캉한 주머니를 날카롭게 푹 찌른다. 그 말, 바로 그 말에 나는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그 말, 꿈속의 나는 그 말을 듣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해야 한다. 그래서 울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꿈 밖의 내가 너무 놀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난다. 분명 우는데 꿈속에서는 눈물이 한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다행히 그녀는 내가 운 줄 모르고 있다. 마치 방백처럼. 방백 같은 눈물. 그녀는 내가 우는 걸 알아차릴 수 없다. 도리어 웃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마땅하게 여겨진다. 나는 울며, 그러나 웃으며 대답한다.
―「동계올림픽」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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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경쾌한 위로
우리 삶과 닮은 이야기 끝에 마주하는 쨍한 웃음

표제작 「연수」는 운전공포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주연’이 도로에 홀로 나가기 위해 운전연수를 받는 이야기다. 주연은 동네 맘카페를 통해 ‘일타 강사’로 소문 난 “작달막한 단발머리 아주머니”(19면) 운전강사를 만나게 된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초면에 주연의 자녀계획까지 세워버리는 무례함에 주연은 마음이 차갑게 식는다. 과연 주연은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또 강사와의 관계는 나아질 수 있을까. 사람 사이의 유대가 서서히 생성되는 장면들이 따뜻한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세상에 첫발을 내딛던 저마다의 기억이 아로새겨지며 이야기는 더 큰 빛을 발한다.

「펀펀 페스티벌」은 ‘지원’이 대기업 합숙면접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합숙 이박 삼일의 하이라이트인 협동 장기자랑 ‘펀펀 페스티벌’을 준비하기 위해 지원은 밴드에 지원하는데, 거기에는 자타공인 ‘셀럽’ 찬휘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원은 독선적인 찬휘의 태도에 신경이 거슬리지만, 그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때문에 나빴던 기분이 누그러지기를 반복한다. 지원이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칠 수 있을지, 또 찬휘와의 관계는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한편 청년세대가 마주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한다.

「공모」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닌 새중앙에너지에서 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현수영’과 술집을 운영하는 ‘천 사장’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회식이 잦은 새중앙에너지, 그 2차 장소는 항상 천 사장이 운영하는 ‘천의 얼굴’이었다. 이 회식문화를 주도하는 건 현수영의 팀장 ‘김건일’이다. 그가 별 볼 일 없는 가게인 천의 얼굴을 찾는 건 천 사장의 미모 때문. 현수영이 부장이 된 후 회식문화를 바꾸며 천의 얼굴은 쇠락을 거듭한다. 이윽고 천 사장은 암에 걸리고, 김건일 부장은 현수영에게 은밀한 부탁을 하는데…… 현수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셋의 관계는 어떤 국면을 맞이할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라이딩 크루」는 동네에서 로드바이크 동호회를 운영하는 ‘나’와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다. ‘나’는 회원인 ‘안이슬’에게 관심이 있지만,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여자 회원이 들어올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은 상태다. 이때 장발의 ‘허니우드’가 동호회 가입을 신청하고 ‘나’는 긴 머리카락에 홀려 덜컥 가입을 승인한다. 그런데 가입하자마자 모두의 환심을 사는 허니우드 때문에 회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초조해진 ‘나’는 한가지 묘책을 내는데, 바로 자신의 자전거 실력으로 허니우드를 눌려버리려는 것. 이 계획 끝에 벌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들이 경쾌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이들 사이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폭소를 자아낸다.

「동계올림픽」은 작은 방송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다. 쇼트트랙 결승 경기가 열리는 추운 겨울 날, 선진은 국가대표 ‘백현호’의 집에 취재를 가게 된다. 큰 방송사 기자들이 선진을 무시하고 구박하지만 선진은 꿋꿋이 현장을 화면에 담는다. 선진을 힘들게 하는 건 현장의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의 크고도 어긋난 기대, 정기자 전환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막막함이 선진을 짓누른다. 결승 경기에서 백현호는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까. 또한 선진은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사회에 나설 수 있을까. 실감 나는 대사를 따라가다보면 각자의 가정생활 사회생활이 묘하게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라와 라라」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서른두살의 나이에 국문과에 진학한 ‘박미라’가 중심인물이다. 미라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가 성공해 억만장자가 되었고, 꿈을 찾아 새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글쓰기 실력은 형편없다. 소설창작회 멤버 가운데는 미라를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여름방학이 되어 미라는 그리스로 창작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를 바라보는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졸업을 앞둔 본인의 불안한 처지와 미라 언니의 태평한 처지가 너무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작 여행 끝에 미라 언니는 모두를 감탄시키는 작품 하나를 써서 온다. 미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어떤 반전이 숨겨져 있을까.

오늘만은 넘어지고 깨져도 괜찮아
우리에겐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니까!

『연수』의 이야기들은 다채롭다. 어떤 때는 발랄하고, 어떤 때는 서늘하고, 또 어떤 때는 묵직함 감동을 준다. 한권의 책에서 이만 한 이야기를 부려낼 수 있는 것은 소설가 장류진이 작가로서 한단계 도약했음을 알려주는 방증이다. 이 이야기들은 다채로운 동시에 마음을 몽글몽글 위로하는 하나의 결을 품고 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특히 장류진 소설에 열광하는 것도 이러한 위로 덕분일 것이다. 이러한 위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압도적인 흡인력과 몰입감, 생생한 상황 설정 같은 장류진만의 무기가 여전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박준 시인은 여섯편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의 무름과 마음의 굳음이 반복되며 새겨진 이야기의 결이 희한하게 곱다”(추천사)라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 말대로, 눈물과 웃음 끝에 『연수』는 하나의 고운 마음을 독자에게 남긴다. 쉴 새 없이 빠져드는 이야기 끝에 그러한 하나의 마음을 남기는 것이 바로 장류진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연수』는 올여름, 장류진을 기다려온 독자는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청량하고도 시원한 해갈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의 말
(…)
소설을 쓰게 된 후로 소설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친구들은 “머릿속에 이런 게 다 있었던 거야?” 간솔히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해보려 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소설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장면이나 인물, 혹은 그들이 내뱉는 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떠오른다. 왜 이렇게 자주 나타날까? 자꾸 생각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소 무모한 생각으로 큰 틀을 잡고 쓰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긴 있겠지, 없지는 않겠지. 흐릿하고 두루뭉술한 마음으로 써나간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 쓰고 나면 매번, 처음에는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가 고여 있고 덧대어져 있다.
나는 나를 그저 조그맣고 단순한 기계라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그 성능만큼은 믿어보기로 한다. 무언가를 넣고 작동시켰더니 어쨌든 이런 것들이 출력되었다고.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니까 고장 나지 않게 하려면 꾸준히 기름칠해주면서 멈추지 않고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게 무엇이든 계속 써보려고 한다.

2023년 초여름에
장류진

추천사
『연수』의 이야기들은 아주 멀리까지 나아갔다가도 눈앞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잃어버린 날에는 보이지 않다가 잃을 것이 없는 날에는 선명해진다는 점에서 『연수』와 우리는 닮았습니다. 생각의 무름과 마음의 굳음이 반복되며 새겨진 이야기의 결이 희한하게 곱습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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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張琉珍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를 썼다. 젊은작가상,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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