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미국은 9.11의 비극이 만들어 낸 공포에 따라 숱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테러리즘과 국가 안보에 대한 염려는 미국의 거대 도시에서부터 중심부의 깊숙한 곳까지, 수많은 항공기들이 날아다니던 항공로부터 시골의 구불구불한 샛길까지 퍼져 있었다. 공항 검색과 우편물 검열이 강화되었고, 미국 행정부는 재빠르게 시민권을 제한했다. 공포 때문에 경계심이 높아진 대중은 이러한 조치들을 받아들였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웰치는 “테러와의 전쟁”이 “매우 정치적인 제스처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이 제스처 게임은 거짓 위안을 주고 공포심을 경감시켜 준다. 또한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낸다. 미국 국방부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공격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9.11 이후에 발생한 수많은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람들이 9.11의 희생양이다. 웰치는 미국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증오범죄와 국가범죄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설명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9.11 테러 10주기, 다시 만난 희생양
서문
1장 테러에 대하여 말하기
공포요인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담론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비판적 접근
2장 더 안전한 사회를 찾아서
도덕적 공황론과 위험사회론
테러와의 전쟁 속의 뜨거운 감자
조작된 공포와 불안
사회적 불안의 이동지점
국토안보 산업복합체
결론
3장 희생양 만들기와 사회적 불안
희생양 이론
사회적 불안과 배당된 비난
통제의 문화
테러와의 전쟁이 암시하는 사실
결론
4장 테러에 대항하는 십자군
종교가 된 국가
하나님의 백악관
이슬람교에 대항하기 위해 지속된 정치공작
결론
5장 반격폭력으로서의 증오범죄
종교적 적대감 조장하기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와 증오범죄
민족 증오의 사회적 맥락
결론
6장 9.11 이후 미국에서의 프로파일링과 억류조치
희생양 만들기와 민족 프로파일링
남용된 억류조치
2003년 감찰 보고서
억류된 망명신청자들
결론
7장 테러와의 전쟁과 국가범죄
이라크 전쟁에서 드러난 불법사실
아부 그라이브 학대 사건
아프가니스탄 죄수학대사건
불법적 적군 전투원과 관타나모만
테러와의 전쟁 기간에 자행된 고문
결론
8장 유효성을 주장하기
테러와의 전쟁에서 드러난 실패 사례들
정부의 비밀주의
마약과의 전쟁이 남긴 교훈
결론
9장 시민권을 향한 공격
<애국자법>에 관한 논쟁
질식 직전의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와 정치적 반대
항공기 탑승 금지명단
결론
10장 부인의 문화
부인의 사회학
문화적 부인
반격
정책과 법률의 함의
최종 결론
지은이 인터뷰-빈라덴의 죽음, 테러와의 전쟁의 종언을 의미하는가?
용어해설
옮긴이 후기-희생양의 고통:『9.11의 희생양』과 우리의 희생양 이야기
본문에 등장하는 재판목록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용어 찾아보기
저자 : 마이클 웰치 (Michael Welch)
최근작 : <9.11의 희생양> … 총 29종
소개 : 비판범죄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마이클 웰치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런던대학 경제학부의 인권연구소에서 연구교수를 역임, 현재는 미국 뉴저지 주 뉴브런스윅에 위치하는 룻거스 대학 형사행정학과의 교수이다. 그는 형사행정, 사회통제, 인권에 이르는 사회문제에 주된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해 여러 권의 저서와 다양한 종류의 연구 논문을 발표해 왔다. 저서로 『미국의 처벌제도』, 『불타는 깃발: 도덕적 공황과 저항의 범죄화』, 『억류된 사람들: 이민법, 그리고 이민국 감옥 복합체의 확장』, 『교정: 비판적 접근』, 『투옥의 모순』이 있고, 논문으로 「진리 추구 속의 환영들: 테러와의 전쟁 속 심문과 고문의 위험」,「점령된 이라크 속에서 억류된 사람들: 신식민주의적 억류에 대한 이야기들을 분석하기」, 「권력의 분립과 국가 공동의 살인: 이라크에 투입된 현대판 용병들(블랙워터)에 대한 비판」,「9/11 이후 세계 속의 푸코: 안보, 영토, 인구로의 여행」등이 있다. 근작으로는 2009년에 출간된 『권력의 범죄와 처벌받지 않는 국가들: 테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있다. 이를 통해 웰치는 그동안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테러리즘과 미국 행정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 갔다. 현재 그는 자신의 학생들과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홈페이지(www.professormichaelwelch.com)를 운영하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9.11은 현재진행형이다
2011년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2007년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오바마는 악명 높은 관타나모만 수용소를 폐쇄할 것이며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사실상 유지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지난 3월 19일에는 미국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은 리비아를 공격했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테러와의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오바마를 두고, 부시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9.11 이후 10년, 오바마의 말처럼, “빈 라덴의 사망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정치적 구호이지 국가방위를 위한 논리적 전략이 아니다.”
매일 텔레비전에서 흘러넘치는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관련된 끔찍한 이미지는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신비주의적 선악구도, 거짓말, 비방과 근거 없는 소문으로 도색된 정치지도자들의 발언은 대중에게 이슬람교도들을 증오하라고, 안전을 원한다면 십자군의 메시아인 자신에게 복종하라고 주문했다. 그들은 안보를 약속했지만 10년 뒤, 테러의 위험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정치, 문화, 사회적 사건들을 목록화하고 분석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은 지배자들의 정치수사이자 전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테러와 어떠한 연과성도 없는 무고한 시민들이 9.11의 희생양이 되었다
희생양 이론은 종교, 인류학, 사회심리학에 뿌리를 둔 고전적이고도 복잡한 역사적 산물이다. 『구약성서』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죄를 상징적으로 정화하기 위해 두 마리의 염소 가운데 한 마리는 죽이고, 한 마리는 모든 부정을 짊어지워 광야로 보낸다.(「레위기」Leviticus 16장 8~10절). 19세기 인류학자들을 악을 축출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회의례를 희생양 이론으로 설명했다. 예컨대 아테네인들은 공동체를 정화하기 위해 가난, 신체 기형, 흉한 외모 같은 특징을 지닌 시민들을 추방했다.
현대의 희생양 만들기는 한 집단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고한 이방인들을 자신들과 다른 타자로 분류하고 비난을 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 내부의 사람들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비난과 처벌을 받을 만하며 고통을 당할 만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방인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공동체의 안위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며 권장된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특히 남아시아인·중동인·아랍인·시크교도들이, 공동체에서 축출되어 마땅한 이방인으로, 악의 원흉으로 지목되었다. 예컨대, 2002년 9월 5일 프랭크 로크는 터번을 쓰고 다니던 시크교도 빌비르 싱 소디를 살해한 후 “9.11 테러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자신이 죽였다”고 말했다. 9.11 이후 일주일 동안 이슬람 사원을 대상으로 1백건이 넘는 재산손실, 반달리즘, 방화, 총격이 발생했다. 국제인권단체 <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9.11 테러와 관련된 반격공격에 의해 2천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들이 9.11의 희생양이다.
9.11 이후 희생양 만들기에 앞장선 미국 행정부
그렇다면 9·11 테러 이후 사회적으로 확산된 중동, 남아시아인들에 대한 “악마화”가 폭력과 살인으로 귀결되는 동안, 미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미국 정부는 사법부, 입법부, 군대, 정보기관, 이민국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미국 사회에 적대감과 범죄를 부채질했다. 이 책은, 죄 없는 사람을 억류하고 고문했으며, 거짓선동으로 조작된 대중의 지지를 근거로 타국을 침공한 미국 정부의 국가범죄를 낱낱이 폭로한다. 예컨대, 이라크 침공의 계기가 되었던 사담 후세인, 알 카에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라는 세 단어의 연관성은 신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은 거짓선동에 의해 초래된 “침략전쟁”이며, 10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과 2,400여 명의 미국인을 살상한 범죄행위이다.
9.11 이후 국내에서 시행된 대테러 정책들은 마찬가지로 불법적이었으며, 무효했다. 예를 들어서, 특정 국가로부터 온 이민자들을 전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시행된 특별 등록 프로그램으로 8만 2천 명의 외국인들이 수사를 받았고, 이들 중 다수가 명확한 혐의 없이 대량 억류되었으며, 1만 3천 명의 아랍인과 이슬람교도들이 추방되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이민국과 FBI는 테러공격과 연관된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또, 악명 높은 <애국자법>은 합법적인 시민운동가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체포하였고, 미국 입국 절차에 이념 검사를 삽입하고, 정보기관의 도청을 허용하는 등 미국 시민들의 자유와 시민권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도입했다. 이처럼, 십자군 메시아 부시가 주도한 이 억압적 통제체제 속에서, 중동인, 남아시아인, 아랍인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들 또한 9.11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공포정치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알카에다의 핵심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이슬람 지역의 민족주의자들을 자극했다.
미국 사회가 다시 한 번 테러공격을 당하게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예전처럼 이민자들,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공항 검문이 강화되는 등 미국 사회의 테러정치 지형이 회귀했다. 개인과 집단을 희생양 삼는 미국 사회의 현실은 10년 전과 다름이 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포격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반북한 정서는 고양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새터민들에게 냉소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우리는 당시 정부가 이 사건을 이용해, “국가안보강화” 혹은 “군복무기간 연장” 같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을 펼쳤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한 비극적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그 의미를 조작하는 것, 이는 분명 9.11 이후의 미국 행정부와 천안함 이후의 한국 행정부 사이의 공통분모이다. 미국이 지나온 참혹한 역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9·11의 희생양』에 드러난 희생양들의 고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