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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카이로스총서 76)
저자 : 엔리케두셀 ㅣ 출판사 : 갈무리 ㅣ 역자 : 염인수

2021.07.03 ㅣ 464p ㅣ ISBN-13 : 9788961952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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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서양철학 > 서양철학일반/교양
우리 책의 주제인 <1861~63년 초고>는 『자본』의 (1857~58년의 『요강』에 뒤이은) 두 번째 초안이다. <1861~63년 초고>가 독일어로 처음 출판된 것은 1976년부터 1982년에 걸쳐서다. 이 초고는 『잉여가치론』이라고 이전에 알려졌고 지금은 [같은 제목의] 비판적 편집판으로 나온 세 권 분량의 내용을 포함한다. ... <1861~63년 초고>의 이론적 진전이란 무엇일까? 그 진전은 어느 정도로 명백하고 분명하게 나타날까? 장별로 진행하며 우리의 주석을 전개하면서 이 모든 질문을 살피고자 한다.
― 영어판 저자 서문, 36~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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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표와 그림 차례 8
영어판 편집자 서문 9
영어판 저자 서문 36

제1부 “III챕터 : 자본 일반”의 핵심 <노트> ― 자본의 생산과정 49

제1장 화폐가 자본이 됨 ― 외재성으로부터 총체성으로 52
1.1 새로운 삼단논법 : G-W-G 53
1.2 화폐 소유자와 노동 소유자의 직접 대면. 창조적 외재성 56
1.3 교환. 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 64
1.4 자본의 두 가지 구성 요소 70

제2장 절대적 잉여가치 74
2.1 잉여가치 일반과 사회 계급 75
2.2 절대적 잉여가치 79
2.3 잉여가치의 본성과 “착취율” 80

제3장 상대적 잉여가치 85
3.1 상대적 잉여가치의 “본질” 86
3.2 포섭의 일반 형식 ― 협업 90
3.3 포섭의 두 번째 양태 ― “사회적” 노동의 “사회적” 분업 93
3.4 포섭의 세 번째 양태 ― 공장에서의 기계장치 99

제2부 범주들의 전체 체계의 비판적 대면 ― 이른바 “잉여가치론” 107

제4장 제임스 스튜어트 및 중농주의자들과의 비판적 대면 115
4.1 스튜어트의 경우 115
4.2 중농주의자들과의 대면 118
4.3 그 밖의 부차적 모순들 120

제5장 아담 스미스의 당혹 125
5.1 자본과 노동의 교환에 관한 혼동들 126
5.2 잉여가치와 이윤의 동일시 129
5.3 재생산의 문제 132

제6장 생산적 노동 137
6.1 생산적 노동, 자본, 상품 137
6.2 생산적 노동에 관한 논쟁들 141
6.3 논쟁의 끝을 향하여 146
6.4 케네의『 경제표』 154

제7장 지대 이론 160
7.1 로트베르투스와의 대면을 통한 지대 이론의 공식화 162
7.2 방법론적 여담 168
7.3 “리카도의 지대 법칙”과 그 역사 170
7.4 리카도와 스미스에서의 “비용가격” 175
7.5 리카도와 스미스의 지대론 180
7.6 “지대표” 186

제8장 리카도에서의 잉여가치, 이윤, 축적, 위기 191
8.1 잉여가치와 이윤 192
8.2 이윤율 195
8.3 축적과 재생산 201
8.4 위기의 “가능성”과 “현존” 204

제9장 통속적, 옹호론적 경제학의 물신 213
9.1 맬서스의 잉여가치 214
9.2 리카도 학파의 와해 219
9.3 비판적 반작용 228
9.4 수입의 물신, “잉여가치론”에 대한 모종의 결론 233

제3부 새로운 발견 238

제10장 “II장 : 자본의 유통과정”과 “III장 : 자본과 이윤의 통일”을 향해 240
10.1 상업자본 241
10.2 자본과 이윤 ― “III장”을 향하여 250
10.3 자본주의적 재생산에서 화폐의 환류 256
10.4 “잉여가치론”의 결말 259
10.5 미래 저작을 위한 새 기획안들 263

제11장 “I장 : 자본의 생산과정”에 대한 새로운 명료화 273
11.1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양식”의 혁명 혹은 “기술학적 진실” 274
11.2 잉여가치 유형들 사이의 관계. 형식적 포섭과 실제적 포섭. 생산적 노동과 물신 281
11.3 축적 혹은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재전환 286
11.4 페티로부터 시작한 역사비판적 독해 292

제4부 새 이행 296

제12장 <1861~63년 초고>와 해방철학 298
12.1 마르크스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298
12.2 “산 노동”이라는 외부로부터의 “비판” 303
12.3 본질로의 이행 혹은 개념의 “전개” 310
12.4 범주들의 편성 315
12.5 <1861~63년 초고>와 “해방철학” 319

제13장 <1861~63년 초고>와 “종속 개념” 325
13.1 “종속론” 326
13.2 “경쟁”, 종속의 이론적 중심지 337
13.3 종속의 “본질”, 국민들 간의 사회적 관계의 결과로서 잉여가치의 이전 345
13.4 종속의 현상과 필수적 범주들 354
13.5 새로운 정치적 결론, “국민적”이면서도 “인민적”인 해방 362

부록
부록 1 : 상이한 텍스트(초고 원본, 판본, 번역본)들의 페이지 대비표 368
부록 2 : 마르크스의 사유에서 외재성 373

옮긴이 해제 : 미지의 마르크스에서 미래의 마르크스로 382
후주 406
참고문헌 449
인명 찾아보기 456
용어 찾아보기 459



[본 문]

마르크스가 수행한 분석의 진리는 자본과는 상이한 타자의 “실제적 현실”(wirkliche Wirklichkeit)에 달려 있으며, 이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서 자본과 다른 타자란, 현실성으로서의 산 노동이며, 가치의 창조자로서의 즉 자본주의적인 것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부 일반의 원천으로서의 산 노동이다.
― 제1장 화폐가 자본이 됨 ― 외재성으로부터 총체성으로, 61쪽

중농주의자들은 “추상적 노동과 그 척도인 노동시간”이 아니라 “일정하고 구체적인 노동[농업 노동]”을 잉여가치의 창조자로 혹은 “가치의 실체”로 받아들인다. “노동의 사회적 조건” 일반을 먼저 규정했을 때에만, 잉여가치 (즉 대상화된 사회적 잉여노동) 범주를 형식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농주의자들은 이 중 무엇도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이들 자신의 전제들로부터 다수의 모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 제4장 제임스 스튜어트 및 중농주의자들과의 비판적 대면, 119쪽

무엇보다 먼저, 마르크스는 리카도가 해소할 수 없는 모순에 빠져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리카도는 가치 결정이 노동시간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부정해야 하거나, 절대지대를 부정해야 한다. 리카도는 앞의 사실을 ― 스미스에 대립하여 ― 지지하기 위해 절대지대를 없애지만, 다른 한편 새로운 모순에 빠져든다. 그가 토지 혹은 광산에 (즉 잠재태가 아닌 것에) 가치를 부여할 때, 그는 자신이 옹호하고자 하는 “가치 법칙”을 파괴하게 되기 때문이다.
― 제7장 지대 이론, 183쪽

마르크스는 네 수준에서 상업자본을 논한다. (1) 자본 자체의 존재보다 선행하던 수준, (2) 자본이 처음 출현한 순간의 모순적 수준, (3) 산업자본 자체의 내적 기능으로 포섭된 수준, 마지막 (4) 결과적으로 상거래자본 혹은 신용자본으로서 상대적 자율성을 획득한 수준. 잠시간 마르크스는 용어상의 여러 변형을 통해 이 과업을 수행하며, 이는 범주들의 편성이 여전히 계속되는 과정임을 입증한다.
― 제10장 “II장 : 자본의 유통과정”과 “III장 : 자본과 이윤의 통일”을 향해, 241쪽

달리 말해 마르크스에게 과학은 일차적으로 외양(상품 세계의 표면 즉 유통에 나타난 순수한 현상)에 대한 비판이며, 이런 외양을 내적인 실제 운동(이 경우에는 자본 가치의 가치증식)의 본질적 세계로 보내는 것이자, 그곳으로부터 자본의 “개념”을 범주들을 관통하여 전개하는 것이다.
― 제12장 <1861~63년 초고>와 해방철학, 303쪽

주변부로부터 중심부로 향하는 잉여가치 이전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상화되는 인간적 삶의 도둑질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는 빈곤한 나라들에서, 약탈당하기 때문에 빈곤한 곳에서 착출한 산 노동을 도둑질하는 짓에 대한 것이다. 덜 발전한 곳뿐만 아니라 더 발전한 국민적 총자본의 모든 가치도 그 창조적 원천은 산 노동이다.
― 제13장 <1861~63년 초고>와 “종속 개념”,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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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 간략한 소개
엔리케 두셀은 라틴아메리카의 입장에서 타자와 해방의 문제에 천착해온 국제적인 사상가이다. 이 책에서 두셀은 해방철학으로부터 마르크스 연구를 거쳐 해방윤리와 해방정치로 나아가는 사유의 궤적을 그린다. 마르크스의 경제학 텍스트 전체를 면밀하게 연구한 두셀에게 이 연구 과정은 이론과 현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했다.
마르크스의 <1861~63년 초고>는 『잉여가치학설사』로 알려졌던 내용 외에도 출판된 『자본』 제1권의 두 번째 초안과 제3권의 첫 번째 초안 내용을 담고 있는 몹시 중요한 텍스트이다. 이 초고는 ‘그룬트리세’라고 불리는 1857~58년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초고와 1867년 출판된 『자본』 제1권을 매개하는 연결고리로서,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의 기념할 만한 한국어판이 이 초고를 첫 출판 텍스트로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셀은 마르크스가 기획한 경제학 비판에서 핵심 범주는 “산 노동”임을 포착한다. 자본은 자기 바깥에 실존하는 “산 노동”을 포괄해야만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을 스스로 균열하고 지양되는 총체가 아니라 외재성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비동일자로 규정했다는 점, 자본 바깥의 실존하는 타자들을 전적인 무로 만들어야만 자본이 존재한다는 원리를 밝힘으로써 우리의 윤리적 책임을 자각시킨다는 점이야말로 두셀이 알려주는 미지의 마르크스의 면모가 될 것이다.
또 두셀 덕분에 우리는 마르크스가 수행한 “비판적 대면”의 결과물이 이 초고와 출판된 『잉여가치학설사』에 담겨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초고에서 마르크스는 잉여가치의 현상형태를 해명하려고 새 범주 편성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2.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 상세한 소개
MEGA 한국어판 출판과 “마르크스의 두 번째 세기”
최근 칼 마르크스의 사상이 다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마르크스의 생각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를 누구나 쉽게 검색해서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연구서들이 출판되고 있으며, 2021년 5월에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한국어판 출판이 시작되었다.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의 영어판을 위해 2000년에 작성한 저자 서문에서 엔리케 두셀은 우리 시대는 항간에서 말하듯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시기”이기는커녕, “마르크스 자신과 진지하고 신중하고 심오하게 다시 조우할 시간 속에 있다”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사망한 1883년부터 1993년까지를 마르크스의 첫 세기라고 간주할 때, 우리 시대를 “마르크스주의의 두 번째 세기”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면서 두셀은 우리가 “전지구화된 자본주의 비판을 위해 19세기 때보다도 오늘날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의 원천을 마르크스에게서 재발견하게 될 것”(37쪽)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관심과 MEGA 한국어판 출판은 두셀이 말하는 “두 번째 세기”를 예증하는 것이 아닐까?

아르헨티나 출신의 해방철학자 엔리케 두셀
엔리케 두셀은 누구인가?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한 이름인 라틴아메리카의 사상가 엔리케 두셀은 10년 전인 2011년 방한한 바 있다. 두셀은 ‘해방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1963년 첫 저서 『라틴아메리카의 프로테스탄티즘』부터 2020년에 발간한 『해방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에세이』까지 철학, 역사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71권의 저서를 썼다. 1934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으며, 쿠요 국립대학에서 수학한 후 1957년 유럽 유학길을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철학을, 이스라엘에서 일하며 아랍어와 히브리어를, 프랑스에서 신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1967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쳤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태어난 두셀은 역설적으로 유학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유럽중심인 라틴아메리카의 대학 교육을 받은 후 떠난 유럽 유학을 통해서 두셀은 “유럽철학을 도구로 삼되, 자신의 고유한 전통을 알고 현실을 인식하도록 요구”(옮긴이 해제, 383쪽)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교수로 재직하면서 두셀은 종속 이론을 만나게 되었고,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탄압 시기 테러 위협을 받고 대학에서도 쫓겨나 1975년 멕시코 망명길에 오르게 되었다. 멕시코에서는 메트로폴리탄 자치대학 이스타팔라파 캠퍼스 철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멕시코 자치국립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엔리케 두셀의 칼 마르크스 : 이론과 현실을 한데 엮는 고리
1973년 두셀이 동료 철학자들과 함께 저술한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을 향하여』는 해방철학이 유럽 바깥에서 가능한 유일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해방철학이 “억압된 자를 감추는 철학을 파괴하는 철학”(옮긴이 해제, 384쪽)이기 때문이다. 두셀 자신은 1977년에 저서 『해방철학』을 출간했고, 그 책의 출간 이후에 두셀은 10여 년간 마르크스 원전을 정교하게 다시 읽었다.
두셀이 1970년대 중반 망명지 멕시코에서 마르크스 다시 읽기에 몰두한 이유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증대하던 비참함 때문이었다고 한다.(옮긴이 해제, 386쪽) 두셀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비참의 원인인 자본주의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고, 그 비판을 토대 삼아 경제적, 정치적 실천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두셀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기획의 재독해를 통해서 자기 실천의 이론적 받침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두셀은 마르크스를 “헤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적 총체성의 비판자”로 읽어내야 한다고 본다. 제일철학을 윤리학으로 본 레비나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두셀에게 『자본』은 윤리학을 묘사하는 제일철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옮긴이 해제, 389쪽) 마르크스 이론 전체에 대한 재검토 끝에 두셀은 “윤리적 마르크스”(옮긴이 해제, 389쪽)를 발견했고 『해방철학』에 이은 『해방윤리』와 『해방정치』를 기술할 수 있게 된다.

마르크스의 이론 기획 속에서 <1861~63년 초고>의 위치
엔리케 두셀은 이 책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에서 지금까지 마르크스 독자 및 연구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1861~63년 초고>를 해설한다. 공교롭게도 2021년 5월 발간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의 1분책과 2분책이 바로 <1861~63년 초고>의 일부를 담고 있기에 독자들은 두셀의 해설서와 동시에 <1861~63년 초고>의 번역본의 일부를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1861~63년 초고>의 일부는 1989년에 『잉여가치학설사』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이 출판된 바 있으나, 초고 일부의 번역일 뿐인데다가 현재 절판 상태이다.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데서 초고들이 갖는 의의는 마르크스가 1857~58년에 작성한 초고인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이 널리 읽히고 인용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두셀은 마르크스의 <1857~58년 초고>, <1861~63년 초고>, <1864~65년 초고> 등 초고 세 편을 해설하는 책을 각각 한 권씩 썼다. 따라서 <1861~63년 초고>를 해설한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 는 두셀의 마르크스 초고 해설서 중 두 번째 책이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전체 기획의 일환으로서 세 개의 이론 기획을 수행하고자 했고, 그 세 가지는 철학 비판, 정치경제학 비판, 그리고 정치학 비판이었다. <1861~63년 초고>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기획의 일부로 작성된 것이며, 두셀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생전에는 ‘정치경제학 비판’ 전체 기획의 72분의 1밖에 출판하지 못했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으로 널리 알려진 <1857~58년 초고>에 대해서는 네그리, 로스돌스키 등의 사상가들이 쓴 여러 권의 주석서가 출판되어 있다. 그러나 <1861~63년 초고>에 주목한 학자는 드물다. 심지어 두셀이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를 쓰던 1980년대에는 마르크스의 <1861~63년 초고>는 독일어본조차 출판되지 않은 상태여서, 두셀은 악필로 악명 높은 마르크스의 원본 원고를 읽기 위해 직접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을 방문했다고 한다.(영어판 편집자 서문, 11쪽)

산 노동 없이, 자본은 없다
이 책에서 두셀이 강조하는 마르크스 통찰의 핵심은 가치의 원천이 “산 노동”이라는 것이다. 두셀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아무것도 아닌 산 노동 이후에 잉여가치를 통한 자본의 현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두셀은 마르크스의 논리적 방법 중 하나는 “본질로의 이행”이라고 설명하는데, “본질로의 이행”의 의미는 “산 노동이야말로 마르크스 이론의 ‘근본적인 출발점’이라고 식별하는 것”이다.(영어판 편집자 서문, 27쪽)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 자본은 산 노동을 자본 속으로 포섭해야 한다. 두셀에 따르면 산 노동은 자본에게는 “외재성”이다. 그리고 “자본 너머에 산 노동이라는 ‘외재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영어판 편집자 서문, 59쪽)
두셀에게 “자본의 총체성과 관련한 산 노동의 외재성”은 바로 “부르주아적 시야”를 넘어서 있는 곳이다. 부르주아 경제학과 부르주아 철학이 오류에 빠지는 이유는 “산 노동이 갖는, 노동자의 육신의 현실성이 갖는, 혹은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의 인격 또는 주체성이 갖는 절대적 지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60쪽) 2021년 한국에서는 매일같이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두셀의 시각에서 본다면, 산 노동의 외재성을 식별하지 못하는 주류 경제학이 현대자본주의에서 반복되는 이 모순과 비극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1863~65년 초고>와 라틴아메리카 현실을 연결할 다리
<1863~65년 초고>의 이론적 전개 과정을 꼼꼼하게 해설한 뒤, 두셀은 마지막 제4부 ‘새 이행’의 12장과 13장에서 마르크스를 경유한 자신의 통찰들을 어떻게 현실 정치,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현실과 연결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 썼다. 제12장 「<1861~63년 초고>와 해방철학」에서는 마르크스의 “과학”을 산 노동의 “해방철학”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철학 역시 주변부 민중 계급의 산 노동에 대한 “과학”으로서의 “해방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13장 「<1861~63년 초고>와 종속 이론」에서는 “종속”에 대한 두셀의 생각이 개진된다. 두셀은 “중심부 국가들에 대한 저발전 주변부 국가들의 ‘종속’이 마르크스의 이론 내부에서는 경쟁의 수준에 위치한다고, 즉 잉여가치 배분과 관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영어판 편집자 서문, 31쪽) 두셀은 산업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시장가치에 대한 마르크스 이론을 “종속”이라는 질문으로까지 연장해서, “주변부 나라들로부터 중심부 나라들에게로의 잉여가치 이전”이 종속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두셀에 따르면 주변부로부터 중심부로 향하는 잉여가치 이전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상화되는 인간적 삶의 도둑질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362쪽)
상황이 이렇다면 종속이라는 문제가 부유한 나라들의 특권을 제거하는 것이나, 저발전 나라 내부의 계급투쟁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두셀은 시사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국가 간, 지역 간 백신 불평등 문제만 보더라도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격차는 학살과 다름없는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인류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주어져 있다. 두셀은 자신의 마르크스 안내를 디딤돌 삼아 “미래의 마르크스”(403쪽)를 향하여 함께 답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3. 추천사
엔리케 두셀의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는 마르크스의 『자본』 제3권에서 표면적 현상의 물신적 성격이 되살아난 이유를 파고들어 설명한다. 두셀의 저서는 더 깊이 살펴볼 만하다.
― 데이비드 하비 (『맑스 『자본』 강의』 저자)

엔리케 두셀은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를 통해 마르크스의 <1861-63년 초고>를 자세하게 검토한다.
― 알렉스 캘리니코스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저자)

두셀의 공적은 자본이라는 총체가 외재하는 산 노동의 투입에 기초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 대부분은 (신스라파주의 같은 경우는) 산 노동이 어떻게 사물화된 체계 속에 포괄되는지를 무시한 채 이미 고정적으로 편성된 체계의 입장으로부터 이루어진다.
― 크리스 아서 (The New Dialectic and Marx's Capital의 저자)



북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olsOaYThTIQ&list=PLiQ_-1HFou4EZeBA9IgDcZgymqccbtgJt&index=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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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두셀Enrique Dussel, 1934~
아르헨티나 라파스 출생. 아르헨티나 쿠요 국립대학에서 공부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1959),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1967)를 받았다. 이후 아르헨티나 레시스텐시아 국립대학에서 윤리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종속이론과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철학을 연구하며 해방철학의 기틀을 닦았다. 1975년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폭압을 피해 멕시코로 망명, 메트로폴리탄 자치대학 이스타팔라파 캠퍼스 철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멕시코 자치국립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해방과 타자에 대한 사유로서 두셀의 이론 작업은 억압받는 자들의 입장에서 모든 종류의 억압을 검토하고, 해방의 실현을 위해 윤리와 정치를 접합할 보편적 원리를 타자의 현실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해방철학의 주창자 중 한 사람으로, 『해방철학』(1977), 『해방윤리』(1998), 『해방정치 I』(2007), 『해방정치 II』(2009)로 대표되는 주저 외에, 철학, 역사학, 신학 분야 에서 71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해방철학』과 『해방윤리』 사이 기간 동안 두셀은 라틴아메리카의 시야에서 경제학적 철학을 구성할 필요로 인해 ‘정치경제학 비판’ 초고 전체를 연구했으며, 이 책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1988)는 그 이후 산출된 마르크스 연구서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옮긴이 염인수 Yum In-Su, 1975~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연구교수이다. 「초기 근대 소설의 서술화법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마르크스주의 및 현대 비평 이론에 폭넓게 관심을 갖고 이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대학 교양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 브루노 보스틸스의 『공산주의의 현실성』(갈무리, 2014), 조디 딘의 『공산주의의 지평』(현실문화, 2019), 아비탈 로넬의 『루저 아들』(현실문화, 2018)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마르크스주의와 한국의 인문학』(후마니타스, 201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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