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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저자 : 이반지하 ㅣ 출판사 : 문학동네

2021.07.28 ㅣ 368p ㅣ ISBN-13 : 978895468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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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너희가 나를 기억하기보다는
너네는 그냥 나를 외워야 할 거야.
모든 역사적 사건처럼.”


슬픔과 분노가 전설이 되기까지―
독보적 유머리스트 이반지하의 천재적 농담
“니들, 생존자 조심해라.”

이 책은 작가 이반지하의 글과 그림작품, 그리고 <월간 이반지하>에서 쏟아낸 무수한 어록들이 담긴 첫번째 책이다. 이반지하는 왜 이반지하가 되어야만 했는지, 퀴어로, 예술가로, 유머리스트로, 그리고 폭력과 차별의 생존자로서, 어떻게 살아 버텨냈는지를 웃음을 깨물고 눈물을 잉크 삼아 그리고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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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PART 1 퀴어 이반지하: “근데 너도 알잖아, 우린 이미 망가졌어”
생존자 010
이반지하는 누구인가 017
이반지하의 탄생 020
부동산과 예술하고저 030
최후의 심사 040
정상이라 미안한 친구들에게 051
24절기, 가볍게 짤라서 hit it 055
이반지하, 당신 괜찮아요? 061
얼굴들, 이름들, 말들 069

PART 2 노동자 이반지하: 예술하고자 한 죄
인구와 주택과 총조사 076
아래로 아래로 위로 위로 082
고만고만 서비스 100
쨈쨈 계란계란 참치참치 115

PART 3 생존자 이반지하: 그저 생존하라
탄생설화 126
보라색은 시간이 갈수록 158
이 반지하 165
협탁 아웃 172
젠더 쫓김이 178
탁탁 프라이버시 182
출렁이는 너울거리는 189
럭키 정신병자 195
동반자여 207
어메니티 어메니티 212

PART 4 유머리스트 이반지하: 괜찮아, 웃기면 돼
유머리스트 218
베그노스의 추억 225
도래한 시대 도래미 233
눈 후 산책 239
독수리 육체정신 245
시, 시, 시작 251
플라타너스 256
존나 262
춤이여 땐스여라 266
커터의 사정 273
튀김이 튀김 279
맛깔 이야기보따리 285

PART 5 예술가 이반지하: 가난하고 행복하냐?
방방방글라데시 영화제 292
이반지하 엔터테인먼트 301
이반지하 최초마지막단독인권콘서트 304
무대 신체 308
데이에게 311
영원히 열화되는 삶에 대하여 318
가는 예술이, 오는 예술이 320
중닭의 아름다움 325
짐승 같은 식물적인 331
그림 짐짐 337
대본 리딩 빈둥지증후군 345
글쓰기에 관하여 352

OUTRO 358
추천의 글 슬픔이 전설이 되기까지 _이자람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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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상치 않은 이름의 퀴어 아티스트가 헤테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반지하. 처음엔 ‘이+반지하’로 읽으면 되는지, ‘이반+지하’로 숨을 쉬어야 하는지조차 아리송했지만, 이내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이 별난 이름을 쉽게 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이반지하는 누구인가.
최근에야 퀴어문학이 주목받고 퀴어들의 인권이 가까스로 논해지는 이 한국 사회에서 무려 2004년부터 무대를 해왔던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괴상한 이름과 무대의상은 영락없이 B급 인디감성으로 똘똘 뭉친 인물 같지만, 사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현대미술가이자 국내외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하고 초청받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동시에 <우리 가족 LGBT> <나는 이반 그녀는 일반> 등 충격적인 가사로 ‘퀴어들의 전설’로 손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동시에 ‘일반’ 사람들이 “너 뭐야, 홍석천이야?”라고 물으면, 할말은 더 있지만 차마 못하겠다는 듯 안타까운 뉘앙스로 “응…… 그런 거야” 하고 맞받아쳐주라 조언하는 천재적인 재담꾼이다.
지난해부터 그가 헤테로 사회의 한복판에서 말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월간 이반지하> 코너에서 퀴어뿐만 아니라 세상의 온갖 소수자, 소심한 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간들, 하여튼 뭔가 없어서 삶이 힘든 자들에게 촌철살인의 지혜와 생존술을 설파했다. 그리고 마치 오래전부터 해왔던 일인 양 능수능란하게 에세이를 써서 발표하고, 한국 최초의 퀴어 가족 시트콤 <으랏파파>를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작가 이반지하의 글과 그림작품, 그리고 <월간 이반지하>에서 쏟아낸 무수한 어록들이 담긴 첫번째 책이다. 이반지하는 왜 이반지하가 되어야만 했는지, 퀴어로, 예술가로, 유머리스트로, 그리고 폭력과 차별의 생존자로서, 어떻게 살아 버텨냈는지를 웃음을 깨물고 눈물을 잉크 삼아 그리고 쓴 책이다. 작가로 데뷔하는 첫 책에 단숨에 368쪽의 두툼한 이야기를 쏟아낸 작가 이반지하는 이렇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이 한 번의 생에 다 겪어서는 안 될 고통과 폭력들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
그리고 한몸과 영혼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능과 예술이 깃들어버린 사람.
그 숱한 고통과 폭력을 겪어서 이런 예술이 탄생한 건지, 그의 재능과 삶이 너무나 유일무이하고 별났기에 이 모든 억압과 폭력이 따라붙은 것인지 선후관계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이 뒤얽히고 분출되어 독보적이고 천재적인 예술가 ‘이반지하’가 탄생했다. 그리고 2004년부터 활동해온 그를 최근 뒤늦게 ‘발견’한 헤테로들은 이렇게 외쳤다.

“이렇게 재밌는 걸 그동안 퀴어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공연할 때마다 나는 관객이 모두 퀴어라고 상정하고 퍼포먼스를 한다. 왜냐면 내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는 성정체성에 관한 여러 가지 구분과 분류가 있고, 그것이 인권운동적인 측면에서나 사회 담론의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유효할 수 있지만, ‘사람 간의 개별적 관계’의 맥락으로 들어왔을 때는 그게 그렇게 확고한 경계를 지을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개개인의 개별성과 저마다의 다양한 관계 맺음을 훨씬 더 피부에 와닿게 경험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퀴어와 헤테로를 대립구도로 보지 않는다. 그냥 우리는 다 ‘퀴어’라고, 실상은 헤테로가 퀴어의 하위범주라고 인지한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으로 이상한 변태들일 뿐이고, 그것은 헤테로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변태 헤테로들이 많은가. 그들의 헤테로 실천은 얼마나 다 각각 별스럽게 다양하고 잡스럽고 문란한가. 헤테로는 충분히 퀴어하다. 예나 지금이나. (53~54쪽)

Art, Life, Legend 예술, 삶, 전설…
이반지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라는 이름은 ‘이반’인 그의 성정체성과 ‘반지하’방에서 삶을 지탱하며 ‘위대한 노래’를 만들어낸 그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다. 젠더 문제와 주거 문제는 그를 평생 끈질기게 쫓아다닌 숙명이었다. 짐짓 농담처럼 들리는 책제목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를 통해 그는 온 세상을 향해 선언하는 듯하다. 이 거대도시의 땅 아래쪽 ‘반지하’에도 사람이 깃들여 살고 있듯이, 누군가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지우려 하는 ‘퀴어’도 당신 가까이, 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그러니 ‘똑똑히 보라, 나는 여기 이렇게 당신들과 함께 살아 있노라’고 말이다.
그의 퀴어 친구들은 자신의 장례식에서는 비건 친구들이 굶지 않게끔 비건 육개장을 준비해달라는 농담 같은 유언을 평소에 툭툭 내뱉는다. 그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퀴어들의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률 앞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폭력 앞에서, 그는 감히 행복하게 잘살자고 부추기지 않는다. 그냥 ‘일단 생존부터 하자’고 말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미디어에 등장한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 저 정도 상황이면 죽고 싶겠다’라고 생각하면, 별안간 그 사람이 정말로 죽은 채 떠올랐다. ‘죽을 만큼 괴롭겠다’ 혹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 며칠 혹은 몇 달 후, 그는 정말로 죽음이 되어버리곤 했다. ‘어, 맞아’라고 답하듯 곧 맥없이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죽을 만한 일에 실제로 죽어버리는 것’을 이렇게 계속 목격해도 되는 걸까.(…)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
나는 이제 그런 걸 하기가 싫어졌다면.
고인, 죽음, 의미.
나는 이제 그런 걸 찾기도 싫어졌다면. (70~72쪽)

일단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을 누이고 맘 편히 먹고 잘 터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유지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호텔 조식뷔페 직원, 인구주택 총조사 조사원, 영어 강사, 편의점 알바 등 각종 알바에 닥치는 대로 뛰어든다.
해가 아직 남아 있을 때 퇴근하고 싶어서 이른 새벽 조식 뷔페로 출근해보지만, 이 사회는 그가 햇살 아래 예술을 하도록 그리 호락호락 내버려두질 않는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업무를 마치고 호텔 유니폼을 벗어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어 두루마리 휴지를 목 뒤에 받치고 침을 질질 흘리며 휴게실에서 자다가 저녁 무렵에야 간신히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또 편의점에서 온갖 다양성으로 점철된 이들의 소소한 난동을 목격할 때, 은근한 성희롱을 당할 때, 계속 이러다가는 영혼이 파먹히리라는 것을, 창작에 남겨둘 체력이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을 것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알바 전선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목숨값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예술하고자 한 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죽어라 일해도 그의 주거 요건은 썩 나아지지 않는다. ‘집주인 친구들’과의 실랑이 정도는 사소한 문제다.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는 필연적으로 좀더 큰 공간이 필요했다. 습한 반지하방에서 캔버스에 곰팡이가 슬까봐 괴로워하고, 아직 팔리지 않은 자신의 그림을 스스로 내다버려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이고 지고 일단 견뎌봐야 할지 고민하며 이반지하는 가끔 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화장실 타일과 벽지였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정말로 화장실 타일과 벽지였다. 왜 싫었나, 왜 견디지 못했는가 묻는다면, 사실 그것을 정확하게 어떤 이유다, 라고 설명하긴 힘들다. 당시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히 어떤 무늬와 색감, 텍스처가 미칠 것 같았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화장실 타일과 벽지가 나를 매일 절망하게 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
화장실 타일과 벽지를 보면서 울곤 했다. 그리고 작게 딸려 있는 베란다에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차서 큰 캔버스 그림들이 젖을 때마다 몸에 차곡차곡 절망이 쌓이는 것을 느꼈다. 캔버스를 뽁뽁이로 싸두긴 했지만, 결국 이것이 그림에 곰팡이를 만들 거라는 생각에 비가 올 때마다 초조하고 화가 났다. 나는 그때 집을 관리한다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고, 미술 작가로서 작품을 이고 지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직 잘 몰랐다. (166~167쪽)


이반지하, 당신 괜찮아요?
2021년 이반지하의 팬들은 왜 여전히 ‘빵’에 가는가

“유머러스하다…… 제가 웃긴가요? 전혀 아닙니다. 단 한 번도 웃기려고 한적 없습니다. 만약에 이런 저에게 조금이나마 세상을 기쁘게 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작은 불씨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의 중심에는 고통과 억압이 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통 없는 웃음은 없는 겁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웃길 필요가 없지. 나와서 광대 짓을 왜 하냐? 내가 뭘 해도 엄마 아빠가 웃어주는디? 우린 눈치 보고 애를 쓰는 거지……
유머러스해지고 싶다, 그러면 어린 시절부터 큰 고통을 겪으면서 사춘기 때 크게 방황하고, 그러면서 내 살길 찾아서 단절도 경험해보고, 다양한 (성적) 경험과…… 차별과 억압을 통해서어떻게든 웃을 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들은 얘기예요.” (224쪽)

클럽하우스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기, 그는 가끔 홍길동처럼 ‘클하’에 불쑥 나타나서 사람들을 미친듯이 웃기고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의 유머에 열광했고, 그는 농담처럼 혹은 진담처럼 자신의 유머는 ‘고통과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이반지하가 최초로 고백하는 폭력의 연대기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한때 그는 몸에 멍을 뒤집어쓴 ‘보라색 인간’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글 「탄생설화」에 실린 그림연작 시리즈는 그가 오랫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던 ‘폭력의 밤’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는 한동안 여성쉼터에 머물기도 했고, 여전히 정신과에 다니고 있으며, 지금도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퀴어 이반지하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이렇듯 노골적이고 실질적인 폭력들뿐만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검열에 시달려왔다. 그는 서울대 미대 동기 가운데 유일하게 졸업작품을 제출하고도 통과하지 못해 한 학기를 더 다녀야만 했던 학생이었다. 페미니즘과 퀴어 담론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그것을 똘똘 뭉치고 단단히 벼려 폭발물처럼 터뜨린 그의 설치미술 작품은 강렬했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으며 완전히 새로웠지만, 교수들은 그를 졸업시키길 거부했고 졸업은 유예되었다. 그의 서울대 선배이자 공연예술인인 이자람은 책 말미의 추천글에서 ‘이반지하’의 이 충격적인 졸업작품을 둘러싼 당시의 묘한 공기를 증언하고 있다.

교수들은 다른 학생들의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보고도 “어, 전시날까지 완성해”라는 식으로 심사를 봤지만 내 작업에 대해서는 갑자기 아주 엄격한 태도를 취했다. 몇몇은 얼굴이 벌게져 뭔가에 엄청나게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설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정말 당신들이 그런 이유로 이 작업을 거절하고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안의 모범생은 교수들이 그렇게 구릴 수 있다는 가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런 이유라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검열’에는 ‘검열의 언어’를 따로 쓸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듣는 순간 바로 ‘이건 검열이다!’라고 눈치챌 수 있을 만한 언어 말이다. 나는 내가 그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열의 언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
검열을 당한다는 것은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생각이라는 것은 대단히 생산적이거나 발전적인 무엇이 아니라, 나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속의 장기와 세포 하나하나까지를 양말 까뒤집듯이 의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검열은 잔인하다. 검열하는 쪽은 간편하되 당하는 쪽에서는 정말로 내가 당당한 피해자인지를, 내 쪽에 정말로 한 점의 원인 제공도 없었는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 잔인함의 핵심이다. 검열은 저쪽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그걸 지속하는 것은 이쪽, 나 자신이 된다는 것 말이다. (44~47쪽)

이것은 단지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졌던 옛날 옛적의 일일 뿐인 걸까. 하지만 이반지하를 ‘압지’라 부르며 절대적으로 따르는 이반지하의 팬들은 요즘도 ‘빵’에 갇힌다. 국내 최대 메신저 오픈채팅방에서 그들은 이반지하의 무대와 작품들을 오마주하는 팬아트를 창작하는데, 그들의 팬아트는 수시로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되고, 계정 정지를 당한 팬들의 입은 틀어막히고 만다. 이반지하의 팬들은 이를 ‘빵에 간다’고 표현한단다. ‘일반적이지 않은’ 퀴어에 대한 검열은 아직도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괜찮아, 웃기면 돼―유머리스트(Humorist),
헤테로 사회를 뒤집어놓은 퀴어, 그리고 생존자 이반지하

이 책이 가장 좋은 것은 이토록 지독한 온갖 폭력과 차별을 견뎌낸 자가 징징거리지 않고, 하소연하지 않고, 굳이 남을 애써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탁월한 유머와 재기발랄함으로 이 시대를 살아 버티는 퀴어 예술가의 삶을 생생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반지하라는 걸출한 광대는 세상 앞에 이렇게 포효하고 있다.

“세상아, 너는 두려워해야 할 거야. 나는 생존자거든.”

세상 모든 것이 그냥 포기하라고, 너는 그저 그런 인간일 뿐이라고, 너 따위는 예술가로 살 수 없다고, 너는 ‘일반’적이지 않고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압박할 때, 반지하방에서, 편의점 카운터에서, 작지만 단단한 자기만의 무대에서 살아 버텨서 튀어나온 아티스트가 있다.
세상 모든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퀴어’하다고 주장하는 이 독보적 아티스트의 문장들 앞에 당신은 탄복하게 될 것이다.
생존자 이반지하, 그가 살아서 쓴 첫 책이 우리 앞에 왔다.

생존자는 살아남은 자다.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애는 생존자야. 애초에 질 생각이 없어.”
생존자 조심해라. (15~16쪽)


추천사

나는 늘 ‘예술’이란, 욕망에 형식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잡스럽고 모호하고 위태로운 욕망을 ‘다룰’ 수 있게 만드는 일. 이를 위해 다소간의 ‘오염’을 무릅쓰는 일. 이 책의 출간이 두려웠던 건 그 때문이다. 이반지하가 이반지하를 ‘설명’할까봐, ‘이반지하’라는 독보적인 퀴어 예술 실천이 고작 ‘다룰 수 있는 것’이 될까봐. 그런데 웬걸, 이반지하는 이반지하를 붙들려는 그 모든 시도를 철저하게 배반하고 유유히 도망간다. 오히려 이 책은 이반지하를 ‘퀴어’로 분류하는 이 세계를 이반지하가 어떻게 기어이 ‘다룰 만한 것’으로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온갖 장르와 매체와 기법을 우습다는 듯 갖고 노는 이반지하의 유일무이한 예술론. 세계는 이반지하에 의해 좀더 적극적으로 ‘오염’돼야 한다. 그걸 목격하고 싶으므로, 우리 다음 절기까지 살아보도록 하자.
_오혜진(문학평론가)

그의 보라색 시절, 그가 내게 자화상을 선물했다. 그의 자화상은 냉장고에 붙어 나를 따라다니며 종종 무지함으로 세상에 가해를 하는 내게 조심스럽고 다정한 물음을 건넸다. “잘살고 있는 거지?” 어느 날 그가 이반지하로 나타났다. 이반지하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모르는 아티스트였다. 그 모든 것을 지나 하얗고 검게 자신을 태우더니 이반지하가 태어났구나. 이반지하의 인터뷰 영상을 찾았다. 미쳤네, 너무 웃기다.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날카로운 말들을 웃음 위에 얹어서 사방에 날리는 사람이구나.
그의 에세이들 사이로 보라색이었다가 하얗고 검게 타다가 총천연색 붓을 들고 살색으로 서 있는 그가 보인다. 유머가 맛있게 발라져 있는 문장들이 너울거린다. 불친절하고 웃기는 도구로 구석에 밀려난 마음들을 쓰담쓰담해준다. 기괴한 것 같지만 귀엽고, 거친 듯하지만 보드랍다. 그가 여전히 다정하게 알려준다. 놓치는 것들, 실수할 뻔한 것들, 여전히 모르는 것들을.
참 고마운 아티스트가 우리에게 나타났다.
_이자람(공연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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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김소윤)
‘이반지하’는 2004년 활동을 시작한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로서 지금까지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퀴어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농담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왔다.

현대미술가
2021 , 갤러리제이콥1212, 서울
2021 , 이너프라운지, 서울
2020 <나 혼자 산다>, 홍대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18 <이솝 유머>, 벗이미술관, 용인
200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애니메이션 감독
2015 (제30회 BFI Flare: 런던 LGBTIQ 영화제 등 상영)
2014 (제27회 MIX 뉴욕 퀴어 실험영화제 등 상영)

퍼포머
2021 디지털 싱글 <비대면 24절기> 작사 랩 보컬
2021 유튜브 <24절기 이반지하 LIVE>
2020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월간 이반지하>
2019 <이반지하 최초마지막단독인권콘서트>, 홍대 벨로주, 서울
2017 <리드 마이 립스>, 갤러리 합정지구, 서울
2013 솔로앨범 <이반지하> 작사 작곡 보컬
2004 제4회 한국퀴어문화축제 공식파티, 레스보스 바, 서울

작가, 각본가
2021 한국 최초 퀴어가족 시트콤 <으랏파파> 각본

그리고, 유머리스트

홈페이지 ibanji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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