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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시인동네 시인선157)
저자 : 김영진 ㅣ 출판사 : 시인동네

2021.08.20 ㅣ 128p ㅣ ISBN-13 : 979115896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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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시 > 한국시
어느 파수꾼의 노래

2017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영진 시인의 첫 시집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가 시인동네 시인선 157로 출간되었다. 시인이자, 사회복지사로서 우리 주변에서 가장 낮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두루 살펴온 김영진 시인의 이번 시집은 한 리얼리스트의 기록이자 한 시대의 소외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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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1부

할머니 듀오?13/진짜 뉴스?14/6인실?16/2020년 12월 31일?18/철근 인생?20
하얀 민들레?22/캐러멜 택배?23/낮달?24/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26
봄볕이 짧다?28/산동마을 건강검진?30/노란 나라 엘리스?32/할까?34/황태?36
드들강?38/쥬단학 하늘 날다?40/고속도로 걷는 사내?42/달빛?44


제2부

억새?47/등에 단풍 들었다?48/동백이 핀다?50/가장 특별한 택시?51/준배 형 생각?52
38년 만의 미투?54/이 사람, 배진하?56/꽃피는 길 막을 수 없어?58/어머니 밥상?60
결국 하지 못한 말?61/되새 떼는 철새가 아니다?62/바람 무덤?64/대설, 스무 살 그 겨울?66
섬?68/동거부터 시작한 사이?70/알약?72/그림자 청춘?74/제라늄이 자란다?76


제3부

첫눈?79/초여름 첫날밤?80/곱으로 갚아줄 궁리하다가?82/꽃씨 여물다?84
그리운 다나오?86/나비?87/장미의 호출?88/수국?90/세방낙조?91/징검다리 버튼?92
건들지 마라도?94/멧새?96/와운마을 천년송?98/남평 은행나무 길?99/꿈에서 싸운 날?100
고독 적응법?102/인도 다녀온 뒤?104/산으로 가는 강?106

해설 일상 파수꾼의 노래/전동진(시인, 문학평론가) ? 107


[본 문]

이 년에 한번 누구나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

검사 순서 따라 피 뽑고 엑스선 촬영, 몸이 잠들길 기다린 내시경은 위와 장 지났다

일주일 뒤 결과 알려준다고 날짜 위 붉은 동그라미 그린다

내 마음 묻는 의사는 없다

병원에서 얻은 쿠폰으로 죽 한 그릇 비우고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 찾아간 지리산 산동마을

산자락 휘감고 피어난 산수유꽃, 지나는 사람 머리 위로 노란 고깔 씌우느라 분주하다

그늘 아래 항아리처럼 쭈그려 앉은 내게 꽃이 가지 길게 늘어트리며 묻는다

마음은 어떠냐고 힘들지 않느냐고

아무런 대답 못하고 눈시울만 뜨거워졌다
― 「산동마을 건강검진」 전문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백 일간 여섯 분 돌아가셨다

스스로 목숨 끊었다

아흔 살 넘은 노인 잠든 손자 두고 자신 지탱하던 보행기 밟고 뛰어내렸다

아픈 손자도 할아버지께서 사라진 어둠 속으로 아슬아슬한 삶 맡겼다

밥 먹을 때라도 패지 말라며 울부짖던 장애인, 아버지가 음주 폭력으로 경찰에게 잡혀가자 집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파트 복도 울음소리 멈췄다

가계 빚 쪼들리던 아주머니는 희망보다 절망이 익숙하고 죽음은 삶보다 두렵지 않았다

여섯 분 돌아가신 뒤 자리가 빈 영구임대아파트 들어갈 수 있느냐 문의 이어졌다

당장 들어가시기는 힘들고 신청자 많아 일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 드렸다
―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문의」 전문


저녁달이 굶주린 배처럼 푹 꺼졌다
한잔할까
주월주꾸미, 거문도횟집, 삼순이전집
술집 늘어선 사무실 부근
거리 불빛이 옷깃 끌어당긴다
뱃속은 이미 탁자 위에 놓인 빈 소주잔
갑자기 나오라 말할 이 마땅치 않고
홀로 마시자니 처량한 노릇
그러고 보니 자꾸 할까만 는다
물어볼 말 있어도 놓치고
그리운 이 떠올라도 연락 미룬다
만날까 먼저 말한 친구와 약속 잊고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숨진
스무 살 청년의 빈소라도 가야지
생각하다 분향도 못한다
집으로 말짱하게 돌아오니
아내보다 키 큰 두 딸이
연예인 보는지 공부를 하는지
노트북 앞에 앉아 바쁘다
치우지 않은 그릇 씻고
일 마치고 한밤중 돌아와
화장 지우는 아내에게 묻는다
할까?
― 「할까」 전문


처음 뵌 노인이
다가오라 손짓을 한다

등 밀어줄 젊은이 탕 안에서 고르신 것 같아
말없이 등 뒤 다가가
팔꿈치 안쪽까지 밀어드린다

아버지 밀어드린 지 언제던가
남에게 내 등 맡긴 날도
기억나지 않는다

날 선 말에 찔리고 베인 등

노인이 손끝으로 날 톡톡 치시더니
이제 내 등도 밀어 주시겠단다
손사래 치는 내게
등 두드리시며 괜찮다 하신다

노인께 등 맡긴 뒤 감았던 눈 뜨니
내 등에 고운 단풍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등 자꾸 바라봤다
― 「등에 단풍 들었다」 전문


넌 모자라다는 말 수화기 건너왔다
힘껏 살아온 날 몰아세웠다

오히려 난 사과했다
그렇다고 술잔 앞에서 악 따위 쓰지 않았다

사람에게 잘 눌리는 나는
질경이와 같은 피가 흘러 발에 밟히고도 곧잘 일어났다

종일 걷다 방파제에 앉아 바라본 바다

해안선이 파도에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초라한 내 모습 잊으려 해도 물결 위로 자꾸 튀어 올랐다

“참지 마! 비난을 견딜 나이란 없어!
인정받기 위해 언제까지 속 태울 거야?
빈틈없으려는 강박이 문제야!”

누군가 바다 속에서 걸어 나와 소리쳐 주길 바랐다
바다 향해 소리 질러도 묵음이 돌아왔다

곱으로 갚아줄 궁리하다가 올레길 다시 걸었다
― 「곱으로 갚아줄 궁리하다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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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별일 없음’,
나 역시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이어지길 바랐다.

젊은 의사는 아버지에게서 암세포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더욱 수척해졌다.
꾸밈이나 양념이 필요 없는 말을 주로 하던 아버지는 말수가 줄었다.

묻지 않아도 아는 일이 많아진다.

사랑하는 가족들.

글 속에 사는 모두가 아무 일 없이 지내길 바란다.

2021년 8월
김영진



■ 해설 엿보기

우리는 도토리만 보고도 굴참나무를 그릴 수 있다. 도토리 같은 일상을 보고도 당신은 틀림없이 붉가시나무라고 알아본다. 우리는 굴참나무를, 붉가시나무를 삶의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그려왔다. 척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일상이다.
‘안녕’, 이 말만큼 자신과 타인을, 자신과 사물을 무심결에, 강하게 연결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이 말은 공기를 꼬아 만든 동아줄 같다. 환호처럼도 들리고, 한숨처럼도 들린다. 다음을 기약한 작별 인사도 안녕이고, 이별을 예감하는 마지막 인사도 이것이면 충분하다. 사랑이 싹트는 예감도 ‘안녕’이라는 말에서 비롯한다.
‘별일 없음’,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바라는 사람은 ‘지금 여기’의 일상이 행복한 사람이다. 한때 나는 행복한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는 줄 알았다. 절대적인 궁핍까지 스스로를 몰고 갈 수 있어야, 생활이라는 것에서는 완전히 초탈해야 하는 줄 알았다. “방 두 칸과 마루 한 칸과 말쑥한 부엌과 애처로운 처를 거느리고/외양만이라도 남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구름의 파수
병」)이 시인 김수영이 이뤄낸 빛나는 ‘일상’이다. 그것을 시인은 쑥스러운 일이라도 말한다. 최선을 다해 일상을 보살피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죄짓는 일도 아니다. 과도한 칭찬을 들었을 때(이것은 아마도 스스로에게 건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쑥스럽다’고 말한다.
김영진 시인은 시를 애틋하게, 오래도록 사랑해온 시인이다. 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는 시에 대한 하나의 포즈를 붉가시나무처럼 줄기차게 지켜왔다. 아름다운 시의 시대도 있었고, 난해한 시의 시대도 있었고, 실감나는 시의 시절도 있었다. 나무의 권력은 기다림에서 나온다. 시절을 좇지 않는 대신, 자신의 시절을 한 천 년쯤 기다릴 수 있다.
김영진 시인은 한 가정을 아름답게 꾸리고, 직장을 월급 이상의 의미로 살아내면서 나무처럼 시도 꿋꿋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그의 시의 시절이 왔다. 그 시절이 곧 가더라도 그는 한 시절의 시를 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최고의 시간으로 채워야 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쩌다 행복한 삶은 20세기의 것이 되었다. 어쩌다는 이제 행복이 아니라 ‘불행’ ‘슬픔’ ‘아픔’과 어울린다. 우리는 21세기적으로 쭈~욱 행복할 것이다. 거기에 ‘시(詩)’ 하나 편승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밤꽃자루 거꾸로 매달아 놓은 듯 상여 위로 달빛 쏟아진다

손님 맞느라고 수척해진 아들과 며느리의 그림자 위로 달빛 제 숨결 내려놓는다

차일 쳐진 마당에서 아이스크림 물고 뛰어다니던 손자도 어느새 마루 위에 잠들어 있다

아침이면 평생 일구시던 산비탈 밭으로 떠나야 할 사람, 거기 둥그렇게 앉아 계실 어머니 곁에서 소쩍새 운다

화톳불 꺼진 마당, 달빛으로 환하다 밤이 깊어도 달은 떠나지 않는다
― 「달빛」 전문

삶에 대한 인식과 함께 생겨난 것이 죽음에 대한 의식이다. 삶에의 의지는 죽음에의 비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모든 것이 신의 뜻이었던 때가 있었다. 죽음은 산 자의 몫이다.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애도와 다르지 않다. 오늘처럼 당신의 죽음도, 나의 죽음도 애도될 것이다. 오늘의 달빛은 과거와 다르게 같고, 미래의 달빛과는 같게 다르다. 산 자들이 나누는 애도 역시 이러한 달빛과 다르지 않다. 달빛의 위로는 소리보다는 다독임에 가깝다. 달빛의 위로를 가장 닮은 이 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그윽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 시인의 산문

생각이 흩어졌다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 있다. 마치 종이로 만든 동서남북, 네 모서리가 일순간 모이는 때다.

사는 동안 웃고 떠들고 뒤엉킨 하루, 그 모서리들이 모여 한순간 시로 태어날 것을 믿었다.

시는 한밤중 가장 늦게까지 켜진 불빛. 시를 쓰던 선배들은 먼 산 불빛으로 깜박였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도 옥상에 올라 그 빛을 바라보곤 했다.

사람 사이 잘 견디고 사는, 눈부시지 않지만 눈부신, 하루를 잘 견뎌준 이들, 시라는 집에 모여 별 총총 술 권하는 밤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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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1973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를 오가며 자랐다. 2017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으며, 〈공무원노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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