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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문학의전당 시인선342)
저자 : 강미화 ㅣ 출판사 : 문학의전당

2021.08.27 ㅣ 120p ㅣ ISBN-13 : 979115896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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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시 > 한국시
주름 속에 드리운 아름다운 풍경들

1998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강미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늘 또 버려야 할 것들』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42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시간의 주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시간의 주름을 ‘위한’ 서사이다. 모두가 늙음을 회피의 대상으로 삼을 때, 강미화 시인은 그것을 고통스러운 응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정직한 대면을 통하여, 시인은, 나이 듦이 수치가 아니라 자연이고, 시간은 적이 아니라 동무임을 절절하게 알려준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시간의 주름이 존재의 주름에 포개지는 아름다운 풍경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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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1부

매미 13/밥심 14/지네 16/지렁이 17/씨감자 18/나무도마 20/민들레 21
접다 22/눈물이라는 주책 24/집을 허문다 25/효자손 26/불을 굽는다 28
봄비 30/꿈꾸는 감자 31/바람개비 32/아궁이 34


제2부

종이액자 37/어머니 38/마른장마 40/거짓말 1 42/거짓말 2 43/거짓말 3 44/거짓말 4 45/거짓말 5 46/하모니 47/별거 아니다 48/사탕발림 50지팡이 52/지워진 지문 54/고백 56/섬돌 57/낮잠 58/방음벽 60


제3부

종합병원 63/물 64/나무도 맛이 든다 65/봄을 훔치다 66/당산나무 68/고장 난 시간 69/호미 자리 70/골짜기 72/침묵 73/그늘 74/관계 76/상처 없이 피는 꽃은 없다 77/월복(越伏) 78/껍질 벗기 80/어느 가을날 문득 81/저수지가 익어가는 마을 82/어떤 죽음 84


제4부

가시 87/장터 88/삽시도에서 89/애기똥풀꽃 90/분천역 92/청산도 아리랑 1 94/청산도 아리랑 2 95/청산도 아리랑 3 96/청산도 아리랑 4 97/청산도 아리랑 5 98/가을 99/강원도 100/삼길포 102/자화상 103/깊은 불 104

해설 시간의 주름을 위하여/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105


[본 문]

어금니 채워진 사람은 밥힘이라고 하고
앞니 빠진 사람은 밥심이라고 하던데

이 빼고 틀니로 바꿀
때가 되다 보니
밥심이 맞지 싶다

밥알 하나에
팔십 번 손이 가야 한다는 옛말이
말뿐이것냐

논두렁 밭두렁 걸어보지 못한
부지깽이도
모든 일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뜻
아닌가 싶다

미안하다
빵을 더 먹였지 싶다
잘못은 나만 할 테니
밥힘으로 살어라

달리 보약이냐
심덕 곱게 써서
살다 보면
약이 되는 거여
― 「밥심」 전문


노안 들면 우물 하나씩
생긴다더니
주책을 들고 나온다

아프지 않아도
알아서 고이고
알아서 먹먹하게
말라붙는

그러다 넘치면
가슴 안쪽으로 흐른다

약이 없다
― 「눈물이라는 주책」 전문


틀니 닦으며 말했습니다
감사할 일이 많다고
아침에 눈뜨는 일도 감사
숨 쉬는 일도 감사
나뭇잎이 제멋에 흔들리는 것도

다 귀향 보낼 말이었습니다
등 따시고 배부를 때
부르는 콧노래라고

어금니 흔들리고 사랑니 지고 나니
주름은 바퀴벌레보다 무섭지만

강아지 소리에도 웃음이 나고
풀잎들 이름도 불러봅니다

당신 말이 들립니다
오후 여섯 시
오물오물 나이를 씹어 봅니다
― 「마른장마」 전문


애들 뭐라 하지 마라
공부만 한다고 일등 하는 것도 아니고
출세하는 것도 아니다

산에 가 봐라
큰 나무 위에 큰 나무 있고
작은 나무 아래 더 작은 나무 있다
꽃 피울 것은 꽃 피우고
잎으로 살 것은 잎으로 사는 거다

눈 밝은 자식은 나라 자식
가슴팍 깊은
놈이 내 자식인 거다
입으로도 때리지 마라

작은 산이 큰 산 품고 자는 거다
계곡 물 동동거리고
주름살 펴질 날 없어도
때가 되면 숲이 되는 거다

너 키울 때는 왜 몰랐는지
더 이상 클 일 없어지고 나니
이제사 철이 든다
― 「그늘」 전문


늙은 벚나무 밑동
절반은 도려지고
수술 자국 만연하다

시멘트 사이
목마른 가지들

괜찮아
별거 아니다

꽃이 바람을 흔든다
― 「상처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전문


어머니 배웅하고 오던 날
화덕 같은 시는 만날 수도
쓸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신지
무얼 드시고 계신지
봄은 언제 갔는지 모른 채

초가을 바람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마지막 시를 당신 몸으로
완성하셨다는 소식이겠지요

그 사랑을
― 「깊은 불―화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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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엿보기

문학이 던지는 모든 질문은 사실 ‘존재’에 대한 질문, 하이데거의 용어를 빌면 ‘존재물음’에 다름 아니다. 존재를 전면에 들고 나오지 않아도 결국 모든 질문은 존재물음으로 가는 우회로일 뿐이다. 원숭이도, 고래도, 나비도 자신의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존재물음을 던지는 것은 인간의 유적 본질이다. 하이데거는 이렇게 존재물음을 던질 줄 아는 존재자, 즉 “물음이라는 존재 가능성을 지닌 존재자”를 “현존재(Dasein)”라 불렀다. 현존재는 ‘거기(Da)’에 ‘있음(Sein)’의 존재이다. 현존재는 추상적인 논리의 형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세계 안에 존재한다. 현존재는 세계­내­존재이다. 그리고 현존재를 세계 내에 존재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하이데거는 “시간이 모든 존재이해와 존재의미의 지평”이라고 말하였다. 그에 의하면 “존재는 언제나 시간에 대한 관점으로부터만 파악된다”(『존재와 시간』). 하이데거는 물론 시간 개념을 통속적인 시간 이해와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쨌든 시간성을 배제하고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나이 듦(aging)이 좋을 수도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늙어감에 따라 시간에 대한 사유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젊음에게 시간성은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인생의 종점이 자꾸 의식되는 주체들에게 시간은 존재의 가장 절실한 조건이다. 강미화 시인은 (나이 듦의 선물인) 시간에 대한 사유를 시적 퍼포먼스의 중심으로 끌고 온다.

이 나이 돼봐
접을 게 한두 가지가 아녀
뱃가죽은 멋대로 접히고
길은 알아서 접히고
무릎은 종아리 허벅지 구겨 넣고 접히지

물일 불일도
접히기 시작하면 다 쪼글쪼글 대는 거여
서서는 못 접는 게 바짓단이여
이만큼 되고 보니 내려가는 법도
굽어보는 법도 배우고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싶다

너 클 때 바짓단 내려준 거 생각나냐
그만큼 큰 거
바짓단이 올려준 거여
― 「접다」 부분

시간이 존재를 만지지 않으면, 존재는 아무런 형상을 갖지 못한다. 시간은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옷을 입힌다. 존재가 시간의 옷을 입을 때, 존재는 비로소 보이는 존재가 된다. 시간의 옷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평면이 밀리고 밀리면 주름이 된다. 존재의 얼굴은 시간의 주름이다. “뱃가죽”과 “길”과 “무릎”이 접히는 것은 시간의 주름이 존재의 몸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새겨진 존재의 모습은 “쪼글쪼글” 주름으로 가득하다. 그 주름들이 곧 존재의 의미이다. 시간의 주름이 존재를 흠뻑 껴안고 지나가야, 존재는 비로소 존재의 “법”을 알게 된다.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내려가는 법”의 중요성도 시간이 지나야 의미로 부화된다. 어린아이의 “바짓단”을 내려줄 때, 그 힘으로 어린 것이 큰다는 ‘비밀’도 시간이 알려준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 시인의 말

감자꽃처럼
아린 속내는
땅속에서 키웠습니다.
꽃인지
불인지 모를
가슴을 열어보면
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풀어보지만
늘 조심스럽고
두근거립니다.

2021년 8월
강미화



추천사

나이 듦을 대하는 대부분 시인의 태도는 허무함, 허망함 혹은 초월에의 의지이다. 허무(虛無)는 시간이 선사한 정동(affect)이고, 초월(超越)은 시간을 외면하는 주체의 도피처이다. 강미화 시인의 특기는 시간을 허무나 초월의 시궁창에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는 시간과 힘겹게 싸우면서도 그것을 견디고 그것이 존재에 새기는 무늬를 들여다본다. 강미화 시인은 시간의 주름이 어떻게 존재의 주름을 만드는지 궁구한다. 이렇게 시간성 속에서 존재를 볼 때, 존재물음의 답이 나온다. 시간성 없이 존재도 없다. 그러므로 강미화 시인의 시간에 대한 탐구는 결국 존재에 대한 탐구이다. 시간성이 존재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안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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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화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안성에서 살고 있다. 1998년 《문학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안의 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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