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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개정판)
저자 : 정소현 ㅣ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주)

2021.10.15 ㅣ 304p ㅣ ISBN-13 : 978893203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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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제1회,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수록★
★‘2012년 가장 뛰어난 첫 창작집’ 김준성문학상 수상작★

네가 부러웠다. 네가 가진 모든 것들, 네가 가지지 못한 것들,
어느 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세상의 모순을 정확하고 기민하게 추적하는 작가 정소현의 첫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이 『너를 닮은 사람』으로 재출간되었다.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원작 소설을 포함해 총 8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소설집 두 권과 중편소설 한 권을 출간하는 동안 정소현은 현실을 “괴로울 정도로 정확하게”(정세랑) 대면하게 만드는 진중한 태도를 내내 유지해왔다. 상처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해내다 정상과 비정상을 혼동하고 일상과 비일상을 가로지르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한 인간 속에 숨어 있는 죄의식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우리 문학에서 흔치 않은” “집중력”(남진우)을 보여주는 작가 정소현의 첫 발걸음을 다시 마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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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양장 제본서 전기
너를 닮은 사람
폐쇄되는 도시
실수하는 인간
돌아오다
지나간 미래
이곳에서 얼마나 먼
빛나는 상처

해설|실수하는 사회, 실수하지 않는 인간ㆍ김형중
작가의 말



[본 문]

이건 죽는 것과는 다른 거겠지요?
그럼요. 고달픈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지요. 하지만 죽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자살 도우미니 증발 브로커니 하는 범법자들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 서비스는 개인의 기억을 추출해내 양장 제본서로 남기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추출된 기억은 표지 속의 칩에 이식되고, 동시에 책으로 기록되어 허가한 대상에 한해 열람이 가능하게 되죠. 몸은 사라지지만 정신은 제본된 기억 속에 머물게 되는 거지요. 예전에는 기술 부족으로 기억을 모두 남겼는데 2001년부터는 머물고자 하는 기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그 기억의 내용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영원히 보존해주고요.
「양장 제본서 전기」

석원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았는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무엇이 실수였고 무엇이 고의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확한 것은 태어난 것이 실수라는 것이다.
「실수하는 인간」

나는 할머니의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과 동시에 외국계 금융사에 쉽게 취직했다. 할머니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독립하기 위해 열심히 학점 관리를 하고 외국어 공부를 한 결과였다. 나는 직장을 몇 년 다니다가 외국으로 발령받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계획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 내 자신이 무가치한 인간처럼 느껴졌고 평생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좌절감만 들었다. 나는 할머니와 같은 땅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가 취직했다고 하자 직장에 다니지 말라고 했다. 다녀봤자 큰돈도 못 벌고 승진도 못 할 테니 힘 빼지 말라는 거였다. 할머니는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 것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돌아오다」

“엄마가 나를, 저 위 공원에 데리고 올라가 숲 속 벤치에 눕힌 채로 묶어두고, 혼자 내려갔어요. 나무가 무성한 숲이었어요. 나를 묶으면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다고, 미안해, 미안해 이러면서 막 우는데, 차라리 죽어주고 싶었어요. [……] 나는 말이에요, 키도 커졌고, 힘도 세졌는데, 그냥 어렸을 때 산에 묶여 있던 아이 그대로인 것 같았어요. 무력감은 내 몸보다 더 커져서, 복수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빛나는 상처」

아직도 따라오고 있어요? 조금 더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래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도시의 거리에 셋의 발걸음 소리만 타닥타닥 울려 퍼졌다. 그들은 자신을 따라오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웠지만, 그 존재가 따라올 수 있도록 조금씩 걷는 속도를 늦추었다. 길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아직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두 연행하겠다는 경고 방송이 울리고 있었다. 도시가 폐쇄되기 하루 전이었다.
「폐쇄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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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부러웠다. 네가 가진 모든 것들, 네가 가지지 못한 것들,
어느 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원작 소설 수록!

“소설이 끝나고도 계속 곱씹게 되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나는 보았다.”
유보라(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작가)

너는 꼭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너는 자신감과 에너지로 충만해 외부의 어떤 도움도 필요 없어 보였고, 젊음이 주는 우울이나 불안감 따위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 같았다. 늘 후줄근한 후드 티셔츠와 무릎 나온 청바지를 입고 있어도 반짝반짝 빛났다. 가난조차 작고 볼품없는 너를 반짝이게 하는 장식품이었다. 그런 너를 보면 빨리 지나가버리기만을 바랐던 내 이십대가 가여워 견딜 수가 없었고 네 젊음과 꿈이 부러웠다.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선뜩한 기운이 다시금 떠오른다.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폭력으로 느껴질 즈음, 피해자와 가해자가 전복되는 매력적인 구성. 이 짧은 소설 안에 이토록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소설이 끝나고도 계속 곱씹게 되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나는 보았다.
- 유보라(드라마 〈비밀〉〈그냥 사랑하는 사이〉〈너를 닮은 사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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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현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개정판 『너를 닮은 사람』) 『품위 있는 삶』, 중편소설 『가해자들』이 있다.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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