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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저자 : 안희연 ㅣ 출판사 : 난다

2023.03.30 ㅣ 204p ㅣ ISBN-13 : 979119185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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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앞에서는 코를 박고 엎드리는 일이 먼저다.
만나려고. 찾으려고.”

시인 안희연이 먹고, 사고, 사랑하며, 기도하듯 써내려간 이야기!


안희연 시인의 새 산문집을 난다에서 선보입니다. ‘먹고 사고 사랑하고’, 그런 기획으로 시작된 글임에 3부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면 곧 알게 됩니다.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도 ‘당신’을 만나는 이야기라는 것을요. 밤, 달큰하게 깊어지는 밤, 마침내 당신과 만나는 이야기이고요, 크게 웃고 한바탕 울고 맘껏 사랑하고, 그 다음, 그 마음으로 잘 이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먹고 사고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어쩐지 응당 있어야 할 키워드 하나 빠진 듯도 하지요. 그런데 시인이 사고(buy) 사는(live)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가 당신을 위한 ‘기도’구나, 알게 됩니다. 먹고 사며 살아내는 일 모두 사랑을 위한 기도겠구나,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백지 앞에서 시인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코를 박고 엎드리는 일입니다. “만나려고. 찾으려고.” 그리고 이 글의 목표 또한 하나이지요. “너를 일으키려고 쓰는 글.” 그러므로 이 책, 기도하듯 써내려간 사랑이라 일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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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부 밤을 재운다
귤의 시 · 귤 ……12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 보늬밤조림 ……18
시칠리아에서 시나몬 스틱까지의 삶 · 시나몬 ……25
거짓의 쓸모 · 논알코올맥주 ……32
복모구구伏慕區區 · 유가 사탕 ……39
당신의 바탕색 · 바나나튀김 ……47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 · 케이크 ……55
굴을 사랑해서 벌어진 일 · 굴 ……60

2부 이렇게 아픈 얼굴을 쉽게 가져도 되나
본 못 자국과 못 본 못 자국 · 부엉이 촛대 ……68
신발에 맞는 발을 고르러 나간 언니는 어떻게 되었나 · 칼라디움 ……75
통통배로 바다 건너기 · 엽서 ……83
밤을 견디는 재료들 · 시어서커 잠옷 ……91
이 얼굴을 보라 · 헬렌 셰르브베크 화집 ……99
그래도 표백은 싫어요 · 락스 ……106
이 노래는 어디에 고일까 · 하모니카 ……112
나의 인어에게 · 인공눈물 ……121

3부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등뼈를 상상하는 버릇 ……130
단추의 세계 ……138
돌아볼 용기 ……145
밤 산책 ……153
옮겨짐과 옮겨냄 ……162
사랑의 단상 ……172
매단 나무 ……181
그 겨울의 끝 ……188

에필로그 ……197

[본 문]

영화는 가장 처참하게 부서진 날로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얼굴을 향해 술병을 집어던지고 할퀴기 위해 말하는 연인을 비춘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은? 전속력으로 달려가 끌어안는 연인이 있다. 달려가고도 더 달려가지 못해, 끌어안고도 더 끌어안지 못해 찬란했던 시절이 거기 있다.
그날, 밤의 차창에서 마주한 것은 내 부모의 그러한 시절이었다. 몸은 반환점을 돌아 기차에 실려왔으나 마음은 아직 그곳에 남아, 어떤 고통에도 침식당하지 않고 침식당해서도 안 되는 얼굴을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그땐 살아 있었던 아빠를.
이 악물고 운동장을 달리던 엄마를.
풍금 재시험을 보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온 무리 속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내가 저 먼 우주로부터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었을 때.
_23쪽,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조심성 없이 흔들려 한쪽으로 쏠린 건 아닌가, 뭉개지거나 상하지는 않았나 노심초사 기다린다. 딩동, 벨이 울리고 케이크 상자를 받아안을 때 너무 가벼워서 실망할까봐 두렵다. 그래도 그것은 나의 케이크. 나의 영혼.
케이크 제작자에게 의뢰서를 쓸 수 있다면 이렇게 적을 것이다. 저는 꾸덕꾸덕 묵직한 초코 케이크가 좋아요. 한입만 먹어도 든든한. 혀끝에 닿는 순간 모든 시름이 잊히는. 제게 진실은 그런 것이에요. 그래도 이왕이면 최대한 예쁘게 부탁드려요. 티 없이 맑은 영혼 꽉꽉 채워서, 천천히 얼른 오세요.
_59쪽, 「내 영혼의 케이크 상자」

엽서 위에 엽서는 두둑이 쌓여간다. 그건 당신에게 꺼내보일 내 사랑의 선택지가 늘어간다는 뜻. 이 엽서들이 영영 서랍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어떤 마음은 보내지 않음으로써 완성되기도 하니까. 아무려나 오늘도 나는 당신을 위한 마음을 고른다. 통통배로도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물가에 선다. 밤낮없이 톱니가 돌아가고 있다.
_90쪽, 「통통배로 바다 건너기」

나는 그 과정을 ‘밤 산책’이라 부르고 싶다. 나에게 밤 산책은 산책이 끝난 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산책이다. 전자의 산책은 몸으로 하는 것이고 후자의 산책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낮 산책에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볼 수 있지만 밤 산책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나를 보게 된다. 낮 산책은 밖을 열며 나아가지만 밤 산책은 안을 열며 나아간다. 낮 산책에서는 주로 본다. 현상을, 이미지를, 나에게 도착한 장면을 판단하지 않고 일단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밤 산책에서는 곱씹는다. 현상을, 이미지를,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침착하게 파악해 보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낮 산책은 질문하려는 노력이고 밤 산책은 응답하려는 노력이다.
나의 시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깨진 무릎.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증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주는 지표.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_156~157쪽, 「밤 산책」

그래서 높이 던졌습니다. 당신에게 높이를 드리기 위한 글쓰기였습니다. 무겁고 축축했던 기억도 높이 던지고 나면 공깃돌처럼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어둡기만 한 방은 아니었어요. 돌아볼 용기를 냈기 때문에 비로소 자물쇠를 채워 등뒤에 둘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
그곳에서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_201쪽,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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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진다.

시인이 초대한 이곳엔 딱 2인용 테이블이 있습니다. 테이블 위엔 꿀에 재운 보늬밤조림, 다섯 모금짜리 뱅쇼, 코코넛칩과 연유가 올라간 바나나튀김. 하트 모양 초를 꽂은 케이크도 빠질 수 없지요. 부엉이 촛대는 가슴에 일렁일렁 불을 밝히고 우리는 밀크의 부드러움과 설탕의 재치를 두루 갖춘 시어서커 잠옷을 입어봅니다.

시인이 조심히 꺼내놓은 이 기억들, 어쩐지 온통 달콤한 이름으로 가득합니다. 그 속에는 이별도 눈물도 슬픔도 있는데 말이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기억이 본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달콤함으로 아픔을 뚝 멈추게 하고, 때로는 달콤해서 눈물 나는 그리움으로 남는 것. 그러니 달콤과 쌉싸름을 오가는 이 이야기들 곧 가장 내밀한 시인의 고백이기도 하겠습니다. 사랑의 고백이란 우리를 행복에 젖게도, 눈물로 적시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높이 던졌습니다. 당신에게 높이를 드리기 위한 글쓰기였습니다. 무겁고 축축했던 기억도 높이 던지고 나면 공깃돌처럼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어둡기만 한 방은 아니었어요. 돌아볼 용기를 냈기 때문에 비로소 자물쇠를 채워 등뒤에 둘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
그곳에서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_201쪽, 「에필로그」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쓰자 작정 속에 시가 있고 삶이 있는 단상들. 아닌 게 아니라 롤랑 바르트를 닮아본 「사랑의 단상」이라는 꼭지도 실려 있지요. 시인에게 쓰고 싶게 하는 글과 쓰지 못하게 하는 글이 있다면, 들어올려짐과 가라앉음이 있다면, 그곳에서 시인이 만나는 두 공이란 곧 당신이고 밤일 테지요. 당신을 일으키는 안녕, 나를 재우는 안녕.

이 밤이 지나면, 먹고 사고 사랑하고, 그다음엔. 기도하듯 초를 불고 사이좋게 폭죽을 터뜨리고 나면, 그다음엔. 당신과 만나는 이 밤도, 당신과 작별하는 이 밤도, 자장자장 모두 달콤한 사랑으로 재워봅니다. 이 밤, “이런 밤이라면, 아껴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백번 수긍 만번 끄덕이게 되는 초대장입니다.

시간은 원반던지기 놀이를 즐긴다. 솜씨도 좋아 백발백중 명치를 가격하고 뒤통수를 명중시킨다. 그러니 우리에겐 적당량의 보늬밤조림이 필요하다.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재운다는 말은 왜 이리 다정하면서도 아플까. 자장자장. 밤을 재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재운다. 이런 밤이라면, 아껴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_23~24쪽,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표지에는 이수진 작가의 작품 『제목이 없는 책』(2022)을 담았습니다. 어떤 글이 어떤 그림과 꼭 닮아 있을 때, 두 작가가 같은 웅크림으로 울고 닮은 표정으로 사랑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따뜻한 파랑으로 깊어지는 밤, 소파에 기대어 이름 없는 기억과 만나는 이가 시인 같기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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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인.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단어의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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