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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언어
저자 : 박선아 ㅣ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23.04.05 ㅣ 228p ㅣ ISBN-13 : 979116812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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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데이크 아트디렉터 박선아의 아름다움을 감각하는 시선과 관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우아한 언어’인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의 근육이 있다.”
젠틀몬스터의 F&B 브랜드 누데이크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박선아 저자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눈의 감각’과 오랜 경험과 배움으로 천천히 길러진 ‘눈의 근육’, 그리고 그를 통해 발화되는 ‘우아한 언어’인 사진에 대한 에세이. 오랜 취미이자 이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또 다른 도구로 역할 하는 사진을 둘러싼 여러 겹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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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배움의 감각

작은 카메라로 충분할까 | 가만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 선생님 나의 선생님 | 굳이 뮤지엄에 가야 할까 | 어쩌면 한생을 걸쳐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 선택될 수 없는 자유 | 흑백과 고집 | 첫 번째 편지. 김점선

삶과 눈

눈의 근육 | 언어가 없어도 서로를 알아차릴 때 | 혼자임을 잊기 위해 하는 일 |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설 수 있다면 | 취중사진 | 할머니와 저녁 식사 | 잠든 방 | 낯선 계절들 | 두 번째 편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름다운 오해

놓쳐버린 순간에 대하여 | 파리에서 만난 사진가 | 시간의 틈에 앉아 | 구멍 너머의 일 | 이미 정해진 환갑 선물 | 어떤 주름들 | 세 번째 편지. 아녜스 바르다

에필로그

[본 문]

작은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고 싶을 때, 정직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단렌즈로는 피사체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 멀리서 일어나는 현상을 ‘줌’ 할 수 없기에 그저 있는 그대로 찍어야 한다. 자세히 찍고 싶으면 내 발로 가까이 걸어가야 하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거리를 둬야 한다. 곁으로 갈 수 있을 만큼 친근한 것은 가깝게 나오고,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낯선 것은 멀게 나온다. 내가 사진을 찍는 대상은 주로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이다. 그들과 있다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찍을 때도 손바닥만 한 카메라는 도움이 된다. _16쪽, 「작은 카메라로 충분할까」 중에서

마음이 따라와줄 여유 없이 그저 빠르게 읽고 보는 것으로 얻어낸 배움은 확실히 수명이 짧다. 그래서인지 방이나 모니터는 배려 깊은 조력자가 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느 전시를 보러 뮤지엄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면, 깊이 예술을 탐구한 사람들이 그것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마련한 구조 안에 머물 수 있다. 컴퓨터 앞에서는 발휘되지 않는 여러 감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성실한 도움을 받는다. _44~45쪽, 「굳이 뮤지엄에 가야 할까」 중에서

대학도서관 예술과학자료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틈틈이 사진집을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은 돈을 모아 사들였다.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 내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평소에는 우주의 먼지라고 생각하며 지내다가도 그럴 때만큼은 나 혼자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 않았지만, 그 시절 나는 내 눈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그때 알던 어떤 오만함을 평생 잊지 않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주 잊어버린다. _47쪽, 「어쩌면 한생을 걸쳐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중에서

고집은 사유한 자들의 특권이라 여긴다. ‘나’라는 존재를 두고 그 주변을 둘러싼 무수한 혼란과 유혹을 골똘히 고민해본 사람만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다. 사유가 성기거나 얄팍하면 아집이 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의 여러 현상을 두루 살피면서도 자신만의 고집을 가진 이들은 번번이 아름답다. _70쪽, 「흑백과 고집」 중에서

자신이 움직이면서 더 많은 것을 보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멈춰 서서 다른 이의 속도를 관찰하고 있으면 담아두고 싶은 장면이 생기기도 한다. 매 순간을 기록하진 않지만, 드물게 눈에 박히는 것은 사진으로 남긴다. 멈춰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주머니, 가방에서 작은 카메라를 꺼내 조심스레 셔터를 누른다. 더 멋지게 찍겠다고 뛰어가서 거리를 좁히거나 어디론가 가서 숨지 않는다. 그렇게 있을 때는 딱 그만큼의 거리로 마음을 흔들었던 일을 남겨둔다. _113쪽, 「혼자임을 잊기 위해 하는 일」 중에서

잘 늙은 호텔처럼 시간을 들여 만든 주름을 소리 없이 보여주는 어른이 되길 바라왔고 여전히 바라고 있다. 그때가 되면 카메라를 갖다 대는 한쪽 눈가에는 반대편보다 짙은 주름이 질까. 아직은 내 것이 아닌 예쁘고, 아름답고, 우아한 주름을 미움 없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_214쪽, 「어떤 주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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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 크기가 딱 맞는
어느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에디터이자 콘텐츠디렉터로 활약하다가 이제는 아트디렉터로서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루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박선아 저자. 그사이 직업의 명칭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간 저자가 펴낸 『어떤 이름에게』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등의 에세이가 일상의 장면이나 대상에게서 발견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면, 이번 신작 『우아한 언어』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감각과 시선 그 자체에 대한 본격적이고도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홀로 무척이나 외로웠던 시절,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감정을 사진이나 음악, 문학, 영화 같은 것들이 이해해주는 게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내 마음과 크기가 딱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고, 자연스레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수업도 찾아들었다. 대학 도서관 예술과학자료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틈틈이 사진집을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은 돈을 모아 사들였다. 본격적으로 미학을 공부하고 싶어 유학을 준비하다가 사정이 생겨 도중에 취직을 하게 되었지만, 돌아보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예술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며 ‘미학’이라는 단어와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미학이란 “자연 및 인생에 있어서의 미적 현상 내지 예술 현상에 대한 경탄(marvel)과 경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의 근육이 있다

발레를 하는 데 근육이 필요하듯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에도 ‘눈의 근육’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 근육처럼 실제로 보이는 것은 아니라 막막하거나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진집이나 전시를 통해 “깊이 예술을 탐구한 사람들이 그것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마련한 구조” 안에서 좋아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자주 마주하고, 사진에 대한 수업을 찾아 듣고 부지런히 사진이나 예술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 저자의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본 것이 쌓인 만큼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육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래서 한생을 걸쳐 천천히 오래도록 이어지는 ‘배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지금은 ‘안목’이라는 사진 갤러리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태희 선생의 ‘사진 미학’ 수업을 듣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익힌 지혜, 필름 현상 수업을 찾아 들으며 배운 것과 뮤지엄에서 거장의 작품을 마주하며 감각한 인상, 사진가나 동료들과의 진지하면서도 치열한 대화, 흠모하는 예술가들에게 쓴 편지 등 저자의 배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움을 감각하는 관점이 날카롭게 벼려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모호하고 과묵한,
우아한 언어를 취미로 갖는 일

저자의 오랜 취미였던 사진은 어느새 글 이외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로 자리한다. 저자는 누군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 물으면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한다며 다음처럼 말한다. “글자로 많은 것을 기록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글로 남기다 보면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날이 올 것 같다. 쓰는 자신이 밉고 싫을 때, 내게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정지시킨 영화 속의 어떤 장면이 폴더 안에 쌓이듯, 보았던 어느 장면들이 설명 없이 쌓여가는 일이 다행스럽다. 이 모호하고, 과묵한 언어를 취미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모호하고 과묵한 언어인 사진에 ‘우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본다. 인화지 박스를 보며 ‘우아한 도구’, 약품에 뭔가를 넣고 흔드는 ‘우아한 방식’, 암실의 빨간 시계의 초가 지나는 걸 보며 ‘우아한 시간’. 사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다루는 장비, 해석하는 태도 같은 것들 모두 우아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각자의 ‘우아한 언어’를 찾아보라고 권한다. 말과 글이 가진 정확하고 또렷한 힘이 어쩐지 버거운 날, 그런 날에는 조심스레 한구석에 숨겨둔 우아한 언어를 꺼내볼 수 있기에.

북트레일러
https://youtu.be/u3jbvz5la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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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NYLON》 매거진 피처 어시스턴트를 시작으로 《AROUND》 매거진과 안그라픽스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세 권의 책 『20킬로그램의 삶』『어떤 이름에게』『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를 출간했다. 현재는 F&B 브랜드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명함에 적히는 직업이 바뀌고 다루는 매체와 소재가 달라져도 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여긴다. 언젠가는 작은 집에서, 넓은 사람과, 깊은 마음으로 살기를 꿈꾼다.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ungs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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