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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될 시간 -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저자 : 임희정 ㅣ 출판사 : 수오서재

2023.12.01 ㅣ 248p ㅣ ISBN-13 : 979119323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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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판타지 안에서 나는 홀로 분투했다.”
초저출생 시대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


좀 더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기록되어야 할 임신과 출산, 돌봄과 일에 대한 이야기. “웬만큼 배우고, 다 자랐고, 많이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수업은 끝났고 성장은 멈췄는데 엄마는 어디서 배우고 어떻게 되어야 하는 건지…. 겨우 엄마인 나는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임희정. 그는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 아나운서이자 작가이다. 말과 글을 업으로 하는 그는 임신, 출산, 돌봄을 경험하며 엄마라는 존재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희정 작가는 멈추지 않는 질문을 마주해야 했다. 아이를 키우며 앞으로 최소 수년간 질문이 계속될 것임을 알았다. 한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과 돌봄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그는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책적 측면에서 다양한 개혁이 필요함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미화되지 않은 날것의 ‘엄마 됨’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이 이야기야말로 초저출생 시대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결정의 단계, 산부인과와 난임병원, 출산 과정의 생생한 증언, 독박육아와 사회와의 단절, 상실감과 우울증과 분노, 모성애와 ‘완벽한 엄마’라는 판타지 안에서 홀로 분투하고 괴로워한 시간들, 출산율 향상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들…. 그는 엄마가 된 자신이 기록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으며, 아이가 잠들면 힘겹게 글을 썼다. “내 고통을 말하면 누군가의 고통도 더 잘 들릴 거라 믿”으며. 이 이야기가 꼭 필요한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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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책을 시작하며_질문이 된 그리고 질문이 될 이들에게

1장.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
_‘낳고’와 ‘죽고’ 사이, 눈물 가득했던 밤

우선시되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작은 것들이다
_저출산 정책에 ‘진짜’ 필요한 것

경력 단절되는 소리
_나도 내 새끼도 잘 돌보고 싶다

젖은 물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_출산의 고됨은 줄어들 줄 모르고

출산 후 ‘완벽 몸매’
_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

아이가 있는 삶에 책과 고요와 쓰기
_유축의 밤은 쓰기의 밤으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_잘하려고 하지 말고 ‘덜’ 하려고 하자

죽어도 죽지 않을게
_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다시 태어났다

2장.
누군가에게 물려줄 이야기를 위해
_세밀하고 적나라한 임신, 출산, 육아

임신하기 딱 좋을 때
_엽산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마음

산부인과와 난임병원 사이
_‘난임’이라는 단어의 무게

첫 번째 관문
_나팔관 조영술, 그 엄청난 고통과 혼미의 순간

자궁이 ‘열일’하면 생기는 일
_난임에서 다태아까지

열 달의 ‘불행복’
_잉태는 얼마나 신비롭고 참혹한지

목숨 걸고 새 목숨을 만나는 일
_하이퍼 리얼리즘 제왕절개 후기

3장.
나의 딸에게
_아이야 너는 알 수 있을까?

빨래를 개키다가
_우아하고 조용하게 내 방식대로 계속 쓰며 싸우고 싶다

‘모母 된 감상기’의 감상기
_우회적으로 구속받았던 모성에 대하여

아픈 엄마가 아닌 건강한 엄마로 살아가기
_우울이 산후를 만나면

산후우울증,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_원망과 자책 대신 상담과 도움이 필요한 일

우울을 벗어나는 과정
_지겨워하기, 감각에 집중하기, 회복하고 복귀하기

오늘의 미션
_혼영, 낮술 그리고 집안일 ‘안’ 하기

가을엔 같이 일해요!
_여름 내내 가을을 기다렸다

4장.
‘아빠’ 껌딱지
_누구에게도 짐 지우거나 치우치지 않는 고른 육아를 위해

“우울은 치료가 완전히 가능한 병이에요.”
_삶의 다음 단계가 온다

밥벌이와 밥하기
_외롭고 지겹지 않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

그 많던 예산과 정책은 다 어떻게 된 걸까?
_전지적 엄마 시점의 이야기

가성비 없는 삶
_엄마로 살고 ‘나’로도 살기

창고를 주세요
_내가 나를 보관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반성문
_완전히 후퇴하지 않기

행복과 죄책감 사이
_분노하며 사랑하고, 대충하며 만족하는 삶

책을 마치며_고통은 끊어지고, 우리의 삶은 이어질 거예요

[본 문]

내 고통을 말하면 누군가의 고통도 더 잘 들릴 거라 믿는다. 고통이 고통을 만나면 배가 되는 게 아니라 위로가 됨을 안다. 돌봄과 양육. 각자의 경험치가 너무나 달라 쓰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그러므로 각자 경험한 이야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통지점을 찾고 중간영역을 책정해 필요한 도움과 개선해야 할 점, 바뀌어야 할 인식과 만들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8쪽, 〈질문이 된 그리고 질문이 될 이들에게〉

출산하고 보니 아이를 ‘왜 낳는지’보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를 더 잘 알겠다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육아의 열 가지 고됨이 아이의 한 가지 미소로 날아가 버릴 때도 있지만 아이가 주는 열 가지 행복이 단 한 가지 결정적 이유로 불행처럼 느껴지곤 한다. 내 집 마련은 까마득하고, 사교육비는 엄청나고, 경력단절과 독박육아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절망스럽기 때문이다.
-28쪽, 〈우선시되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작은 것들이다〉

누군가는 아이가 있는 삶에 책과 고요와 쓰기란 사치라 말한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지키는 삶은 욕심이라 말한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없어 괴로운 나에게 유별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버리려고 아이를 낳은 게 아니다. 아이와 함께 잘 살기 위해 읽고 쓰려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아이를 위한 삶의 방식이 될 것이다.
-59쪽, 〈아이가 있는 삶에 책과 고요와 쓰기〉

우리는 일을 그만두지도 슈퍼우먼도 되지 말아야 한다. 아이도 일도 나도 소중하니까. 이제 우린 무한한 발전과 성장보다 유지와 지탱이 더 중요한 생의 시기가 됐다.
사실 엄마가 평범한 인간이라 사표를 낸다기보다 여성에게 너무 많이 쏠려 있는 돌봄의 기울기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근무 형태의 부족, 더 넓은 보육 지원의 필요 등 많은 원인이 있다. 당장 바뀌는 데는 많은 변화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므로 당장 할 수 있는 건 경험한 우리가 말하는 것이다. 엄마의 말은 귀하다. 수다부터 토론까지 많이 말해야 한다.
-64쪽,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내 몸 상태는 어제와 똑같은데 난임병원을 들어서니 이상하게 자궁이 아픈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산부인과는 시끄럽고 난임병원은 조용했다. 산부인과에는 임신한 그리고 임신할 여자들이 가득했고, 난임병원은 임신하지 못한 그리고 임신할 여자들이 듬성듬성 있었다. 산부인과에는 어른과 아가들이, 난임병원에는 어른들만이 있었다. 나는 이 차이들을 나도 모르게 비교하며 어제는 산부인과에 오늘은 난임병원에 앉아 있었다.
-92쪽, 〈산부인과와 난임병원 사이〉

난포 주사를 용감히 스스로 놓았으니 배란이 잘 되어 있겠지 생각은 했는데 의사가 초음파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포가 열 개 넘게 자랐네요.” 정상 배란의 경우 한 달에 한 개의 난포에서 하나의 난자가 배란되는 것인데 너무 많은 것이다. 아. 셀프 주사를 너무 한 번에 완벽하게 놓았나. 배란유도제 약의 효험은 또 왜 이리 좋은 건가. 안 그래도 뭐든 열일하는 성격인데 자궁까지 열일했네.
문제는 이 상태에서 인공수정을 할 경우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태아라면 쌍둥이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포함되는 거다. 즉 세쌍둥이 혹은 네쌍둥이까지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만약 다태아 임신이 됐을 때 예를 들어 네쌍둥이인데 넷 모두를 품을 상태가 되지 못하는 경우 선택유산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 태아도 아닌 배아 상태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102쪽, 〈자궁이 ‘열일’하면 생기는 일〉

이 끊임없는 증상과 통증, 열 달 동안 매번 새롭게 등장했던 처음 겪어보는 고통들. 잉태는 얼마나 신비롭고 참혹한지. 행복에 바짝 붙어 있는 불행에 즐겁다가도 참 힘겨운 280일이었다. 초음파와 피검사, 내진과 주사, 눕기와 걷기, 긴장과 완화, 눈물과 웃음, 걱정과 기대. 모두 열 달의 ‘불행복’이었다.
-112쪽, 〈열 달의 ‘불행복’〉

모성이 ‘단련성’이라는 말, 아이가 있으면서도 아이가 없었으면… 하고 생각해보는 말, 수유를 하면서도 ‘살은 분명히 내 몸에 붙은 살인데 절대의 소유자는 저 쪼끄만 핏덩이로구나!’라며 ‘엄마’라는 존재와 역할에 대해 조금도 윤색하지 않은 문장들로 가득한 감상기가 1923년 1월에 한 시사주간지에 게재됐다. 그렇게 그는 최초로 진짜 여성의 관점에서 직접 겪은 솔직한 감정의 임신과 출산기를 발표하고 엄청난 세상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나혜석은 알까. 한 세기가 지난 후 2023년 어린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현대의 한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고 우주만큼의 공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것을. 공부하고 싶고, 그림 그리고 싶고, 자유롭고 싶고, 여자이기 전에 먼저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어 하던 그 마음과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100년 후의 엄마가 밤마다 아이를 재우고 자신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힘을 냈다는 것을 알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와 모성 앞에 붙어 있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까. 열혈 독자가 있음에 기뻐할까 진보하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워할까.
-143쪽, 〈‘모母 된 감상기’의 감상기〉

몸이 아파 일할 수 없었고 일할 수 없어 맘이 아팠다. 마음이 아파 우울했고, 우울해서 또 몸이 아팠다. 우울은 이렇게 몸도 마음도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다. 그 고리를 끊어야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뜨거운 물에 샤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우울의 고리에는 금이 가고 있었다. 그 선 하나가 점점 굵고 깊어져 내가 내 우울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162쪽, 〈우울을 벗어나는 과정〉

정부 정책기관 관계자와 학자들, 언론인과 다른 나라의 교수와 사업가까지 하나같이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초래되는 인구절벽과 고령화사회, 노동력부족과 소비감소로 인한 경제 저성장, 나아가 국가의 존폐까지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2020년 출산해 세 돌이 지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엄마로서,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었으나 지금은 워킹맘으로서, 무엇보다 배 속에 생명을 열 달 동안 품고 아이를 낳아본 여성으로서, 엄마의 고충과 워킹맘의 고됨과 여성의 고통에 대해. 그 이야기가 초저출생 시대에 필요한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적어도 임신, 출산, 육아의 영역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인 담론만큼이나 ‘전지적 엄마 시점’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쪽, 〈그 많던 예산과 정책은 다 어떻게 된 걸까?〉

엄마라는 의무를 행하면서도 엄마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려 한다. ‘해방은 변화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엄마로 변했고 엄마인 나는 변화할 것이다.
출산이라는 삶의 한 고개를 넘은 내가 앞으로 사는 방법은 다 안 하는 거다. 이제 다 안 하는 게 하는 거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먼저 나를 돌봐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나는 아이를 돌보며 나를 돌본다.
-221쪽, 〈가성비 없는 삶〉

창고를 달라. 그곳에 어지러운 살림살이 죄다 밀어 넣어 감출 수 있게. 쌓여 있는 집안일 눈감고 내 몸 숨어 들어갈 수 있게. 나에게 창고를 달라. 집에서도 날 소모하지 않고 내가 나를 보관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없는 빈 곳, 아무도 없는 빈 시간. 그 틈에서 온전히 쉬고 싶다.
-225쪽, 〈창고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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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작고, 적고, 감춰지고, 미화되었다.”
좀 더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기록되어야 할
임신과 출산, 돌봄과 일에 대한 이야기


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시간들은 결국 사라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뭉뚱그려진다. 인류의 절반 가까이가 아팠는데 그 통증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게 또 누군가는 다가올 일을 예측하지 못한 채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되고, 육아라는 노동을 하며 고립과 우울을 경험한다. ‘엄마’라는 새 이름 앞에서 ‘아프다,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은 ‘나만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체념하며 참고 또 참는다.
“웬만큼 배우고, 다 자랐고, 많이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수업은 끝났고 성장은 멈췄는데 엄마는 어디서 배우고 어떻게 되어야 하는 건지…. 겨우 엄마인 나는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임희정. 그는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 아나운서이자 작가이다. 말과 글을 업으로 하는 그는 임신, 출산, 돌봄을 경험하며 엄마라는 존재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신, 출산, 돌봄에 관해 덜 아프고 덜 힘들고 더 나은 방법에 대한 담론과 제도가 절실했기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이를 낳고 나는 질문이 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임신이 이렇게나 생경한 변화와 고통으로 가득한 것이었나? 출산이 이렇게나 아이의 탄생과 나의 죽음 사이를 오가는 공포의 순간이었나? 육아가 이렇게나 극한의 노동이었나? 돌봄은 개인의 몫인가? 돌봄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돌봄이 필요한가? 요동치는 나는 정상인가? 모성애는 정말 본능인가? 희생의 주체는 엄마인가? 엄마는 무엇인가?’
임희정 작가는 멈추지 않는 질문을 마주해야 했다. 아이를 키우며 앞으로 최소 수년간 질문이 계속될 것임을 알았다. 한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과 돌봄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그는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책적 측면에서 다양한 개혁이 필요함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같이’ 돌보고 ‘함께’ 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죄책감과 불안 없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하며 그는 미화되지 않은 날것의 ‘엄마 됨’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이 이야기야말로 초저출생 시대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결정의 단계, 산부인과와 난임병원, 출산 과정의 생생한 증언, 독박육아와 사회와의 단절, 상실감과 우울증과 분노, 모성애와 ‘완벽한 엄마’라는 판타지 안에서 홀로 분투하고 괴로워한 시간들, 출산율 향상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들…. 그는 엄마가 된 자신이 기록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으며, 아이가 잠들면 힘겹게 글을 썼다. “내 고통을 말하면 누군가의 고통도 더 잘 들릴 거라 믿”으며. 이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엄마의 말은 귀하다. 수다부터 토론까지 많이 말해야 한다. 개선은 인지와 파악에서부터 시작되고 절대적인 증언들로 동력을 얻는다. 나도 없는 체력을 끌어모아 말하고 쓸 것이다. 내가 아끼는 동생이, 직장 후배가, 수많은 워킹맘들이 더 수월하게 일하고 아이 키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조선시대 노비만도 못한 출산휴가,
초저출생 시대에 꼭 필요한 ‘전지적 엄마 시점’의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아주 먼 옛날 바람직한 출산제도가 존재했다. 1426년 세종 8년 ‘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휴가를 백일 동안 주게 하고, 이를 일정한 규정으로 삼게 하라’ 했다. 1434년 세종 16년에는 ‘임신하였거나 출산 후 백일이 안 된 여종에게 일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으나 그 남편에게는 휴가를 주지 않아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가 서로 구원하는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일하게 하라’고 했다. 약 600년 전 이미 우리나라에는 의무 산전 후 육아휴직뿐 아니라 남편 할당제가 존재했었다. 출산 정책은 21세기보다 세종대왕 때가 더 나았다.”-본문 중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은 바닥없이 추락 중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 데이비드 콜먼은 이미 2006년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2020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2022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는 중”이라고 했고, 뉴스 속 기자는 “앞으로 5천만 인구라는 표현은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산출산율은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고, 2023년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곧 0.6명대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여론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 조앤 윌리엄스는 “이 정도의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임희정 작가는 출산을 하고 보니 아이를 ‘왜 낳는지’보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를 더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지금껏 일궈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보상과 인정도 적은 돌봄과 가사노동을 반복하고, 단절과 고립 속에서 병들고 우울하고 소외된 한 인간만이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산하지 않은 많은 여성들은 이미 출산한 여성들을 보며 영원히 아이를 낳지 않겠다 결심한다. 임희정 작가는 책 속에서 주장한다. “저출산 대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일의 지속과 돌봄 지원. 바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다.” 콜먼 교수는 2023년 한국을 방문해 출산율을 회복한 프랑스와 스웨덴 사례를 들며 “그 중심에는 성평등이라는 문화적 변화와 가족친화적 노동시장 개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복지정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방법론은 명약관화하다. 단발성 지원보다는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일자리가 필요하며, 정책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절차 간소화와 의무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모두의 삶이 행복할 수 있게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여성들은, 아이를 포기하고 싶다기보다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일과 돌봄은 동시가 어려워 자꾸만 하나를 포기하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 아이를 낳을수록 자꾸만 나의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기를 하지 않으려면 결국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출산 이후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산후우울증,
하지만 “내 우울은 자꾸만 돌봄에 밀려 하찮은 것이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며 ‘엄마’라는 역할도 태어난다. 갓 태어난 아이에 대한 연구는 성장기별로 넘쳐나지만 갓 태어난 엄마에 대한 관심과 고찰은 너무도 적다. 깊은 우울증을 앓은 임희정 작가는 “내 우울은 자꾸만 돌봄에 밀려 하찮은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 목숨을 걸고 새 목숨을 만난 엄마는 출산으로 지친 몸으로 힘이 하나도 없는데 갓 태어난 생명 앞에 가장 힘을 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우울을 감추고 싶은 마음, ‘아이는 너만 낳았냐?’는 유별나다는 시선, 돌봄 자체만으로도 버거운데 치료받을 병원을 알아보고 찾아가는 일에 대한 막막함 등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는 이는 드물다. 임희정 작가는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방문하고 자신에게 맞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까지 오랜 무기력증과 우울증 재발과 약의 부작용을 겪었지만 이 과정에서 전하고 싶은 명확한 메시지가 생겼다. 엄마 스스로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우울이 엄마 자질이 모자라서 생기는 증상이 아님을 깨닫기를, 원망과 자책이 아닌 상담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임을 알기를,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허물어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우리는 모두 아픈 엄마가 아닌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엄마가 되고 우울증이 찾아오면 엄마인 나를 부정하고 아이를 원망하게 된다. 모두 잘못된 원인과 결과다. 그러니 산후우울증은 반드시 잘 다스리고 치료하고 극복해야 한다. 나와 남 모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몸은 회복하려 노력하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복귀하려 애써야 한다. 그 회복과 복귀가 우리를 살게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추천사
세상엔 여전히 여성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파인 수렁들이 도처에 있다. 작가는 파닥이는 동맥이 느껴지는 필체로 그 수렁에서의 시간에 대한 해부학적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불운”이었을 뿐이라 말하는 세상을 향해 탈출구의 상세한 지도를 그려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위한 구조의 사다리를 짓는다. 기록되지 않은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므로 제거될 가능성도 없기에. 이로써 임희정은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고통을 투명하게 써내는 사람은 그것을 양분으로 더 멀리 도약한다. 자신의 환부에 조명을 비춰 세상에 드러내는 이 숭고한 작업은 독자들도 같은 길로 인도할 것이다.
-목수정(작가, 번역가)

저자로서 꿈이 하나 있었다. ‘엄마’를 위한 책을 쓰는 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기 전과 후 알면 좋을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다. 아이가 마냥 예쁘지만은 않을 수 있고 주체할 수 없는 우울을 느낄 수도 있다고, 돌봄의 불평등과 편견을 온몸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안 써도 될 것 같다. 임희정 작가의 책을 건네면 되니까. “아프지 않으려고 아픔을 쓴” 작가의 용기 덕분에 예방주사를 맞은 느낌이다. 내가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으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된다.
-엄지혜(『태도의 말들』 저자)

이토록 치열한 정신이라니. 틈틈이 쓰며 일하는 엄마로서 혼신을 다하는 사람. 책을 많이 읽는 아나운서. 끝없이 생에 질문하는 한 사람이 겪는 우울감은 깊다.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은 모든 게 바뀐다. 아이를 키우고, 함께 산다는 기적 속에 엄마 된 이들은 격렬히 공감하며 고단해도 기쁜 동료애가 생길 거 같다. 이 글이 잠자는 엄마들을 깨우겠구나. 치열한 고민들은 가치로운 답을 찾겠구나.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상세 공감 지도. 이 책을 나는 흐뭇해하며 다시 열어본다.
-신현림(시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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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
아나운서이자 작가. 말과 글을 업으로 한다.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라는 첫 책을 내고 나서 부모가 되었다. 엄마가 된 후 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절대 미화되거나 뭉뚱그려서는 안 되는 진짜 ‘엄마 됨’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쓰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존재 앞에 수많은 물음표를 안고 질문이 된, 질문이 될 시간을 살며 겨우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글을 쓰면 삶의 면역력이 생긴다 믿으며, 〈오마이뉴스〉와 〈브런치〉를 터전 삼아 글을 연재한다. 광주 MBC, 제주 MBC 아나운서로 근무했고, 현재 SK브로드밴드 뉴스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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